배경 인물이 살아있다 : 듣는 귀 없어도 언행을 방정하게
내 눈엔 그들이 매직아이처럼 선명히 튀어 오르지만 그들 눈엔 내가 안 보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지나가는 홍콩 아줌마쯤으로 배경처리 되겠지. 이국적 배경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위장한 채 그들의 사사로운 대화를 가만히듣는 것은 홍콩 생활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
대부분 들뜬 목소리로 다음 목적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디저트를 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제일 예쁘게 나온사진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다. 낯선 땅이 주는 흥분과 자유함에 푸욱 젖어 있는 그들을 보는 것은 분명유쾌한 일이다. 가끔 눈앞의 아줌마가 대한민국 국적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그만 가끔 선을 넘어버릴 때를제외하고는 말이다.
“에이씨, 저 여자 대가리 때문에 글씨가 잘 안보여.” 20대로 보이는 한 여자 관광객은 내 머리를 가리켜 생선에게나 어울릴 법한 단어를 사용했다. 참교육 시전 욕구가 잠시 올라왔지만 싸우면 반드시 질 자신이 있어 홍콩 아줌마인척 계속 해맑게 존재했다.
“저 애기 되게 웃기게 생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