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자라면서 배운 겸손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 인증된 계정 · 독보적인 저널리즘
2022/12/26
By 사라 스마쉬(Sarah Smarsh)
Antoine Cossé/뉴욕타임스
동물을 죽이기엔 추운 날이 더 낫다. 따뜻한 계절에는 밀밭에서 할 일이 많고, 더위와 햇빛 때문에 고기도 더 빨리 상하기 때문이다.

캔자스 시골에 있는 우리 가족 농장에서는 파리가 몰려들지 않는 가을과 겨울에 도살을 했다.

흐린 오후, 진흙 길을 버스로 한 시간 달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커다란 선홍빛 동물 시체가 보이곤 했다. 조부모님과 살던 콘크리트 블록 농장 집 근처에 암소가 도축되어 걸려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린 암소의 뇌에 이미 총알을 관통시키고, 피를 뽑아내고, 작은 톱으로 발을 잘라낸 후에,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 트랙터의 긴 팔에 연결된 강철 스프레더에 다리를 걸고, 유압 제어기를 이용해서 그 무거운 생물을 들어 올린 다음 항문부터 목까지 아랫배를 썰어낼 것이다. 불과 두 시간 전만 해도 초원에서 풀을 뜯고 가족과 함께 북풍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던 소였다.

그날 저녁은 도축장에서 보내게 된다. 도축장은 집 옆에 붙어 있는 작은 헛간으로 차고 문, 피로 얼룩진 콘크리트 바닥이 있었고, 남쪽 벽에는 장미 덩굴이 자라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고기를 저미고, 할머니는 햄버거를 만드는 그라인더 옆에 서 계셨다. 내가 할 일은 금속 저울로 고기의 무게를 재고, 흰색 정육점 포장지에 싸서 마커로 표시하는 일이었다. 대개는 친구와 가족들이 와서 일을 거들고 냉동·냉장고에 넣어둘 스테이크를 받아 가곤 했다. 할아버지는 절인 심장과 간을 넣은 그 병을 냉장고에 두셨다.

이는 내가 크는 과정에서 평범하게 겪은 일상이었다. 인격을 형성하는 시기에 죽음을 계속 목격했다고 해서 동물들의 고난에 둔감해지지는 않았다. 대신, 농장에서의 삶은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게 확실한 인간 이상(以上)의 세계를 더 우러러보게 되었다. 가축들을 가둬두는 출입구를 열고 닫기는 했지만, 우린 때로 가축들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뉴욕타임스
한글로 읽는 뉴욕타임스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매주 5회, 뉴욕타임스의 보도 기사와 칼럼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 이 계정은 alookso에서 운영합니다.
599
팔로워 2.2K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