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강한 팀, 혼성 그룹 카드(KARD)가 오랜만에 컴백했다. 그동안의 공백기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다. 멤버 제이셉이 군복무에 들어가기도 했고,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다. 소속사였던 DSP미디어의 상황이 썩 안정적이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다섯 번째 미니앨범 [Re:]는 카드를 만든 DSP미디어가 RBW에 인수된 후 나오는 첫 음반이다.

젝스키스, 핑클, SS501, 카라… 전통의 아이돌 명가 DSP미디어(구 대성기획, DSP 엔터테인먼트, DSP 이엔티. 이하 DSP)가 내놓았던 팀들이다. 한때는 SM 엔터테인먼트와 아이돌 가요계를 양분하던 회사였지만, 기획과 제작에 전권을 가졌던 설립자 故 이호연이 병환으로 쓰러진 시점부터는 그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었다. 올해 초에는 30여년의 역사를 마무리하고 작곡가 김도훈 등이 설립한 주식회사 RBW에 인수 되었다. 카드는 이호연이 자리를 비운 중에 만들어진 팀이다. 그래서인지 전통적인 DSP 스타일의 아이돌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제껏 전통적인 DSP 아이돌은 주로 한국이나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있었는데, 카드는 신기하게도 미대륙, 특히 남미 지역에서 인기가 크다.

카드 데뷔 전까지 DSP 출신 히트 아이돌은 대부분 예쁘고 청순한 외모의 단성 그룹이었고, 일본의 아기자기한 서브컬처(아이돌이나 ‘아니메’ 등)를 참조한 듯한 기획 요소, 그리고 트렌드를 따르되 앞서 말한 일본 서브컬처의 영향이 강하게 보이는 음악 등이 특징이었다. 카라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잘 아는 5인 시절의 카라는 예쁜 사람이 많은 가요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예쁘고 귀여운 걸그룹이었고, 일본 아이돌 같은 사랑스러운 패션과 메이크업, 혹은 판타지 소재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 콘셉트가 주류를 이뤘으며, 그런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내놓아 큰 사랑을 받았다. 카드는 DSP가 쌓아온 이러한 경향성에서 조금 빗겨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