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와 단둘이 제주도#06]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이였다
2022/06/16
(*올해 1월초의 이야기입니다.)
셋째날 아침. 오늘은 뭘 할까. 첫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문자메세지로 보내준 맛집 리스트 중 떡볶이가 일품이라는 "레고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숙소에서 15분 정도 거리, 봄이와 걸어간다면 20-30분 정도지만 쉬엄쉬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봄이는 레고 시키고 나는 떡볶이를 먹어야지. 이것이 일석이조, 일타쌍피?
셋째날 아침. 오늘은 뭘 할까. 첫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문자메세지로 보내준 맛집 리스트 중 떡볶이가 일품이라는 "레고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숙소에서 15분 정도 거리, 봄이와 걸어간다면 20-30분 정도지만 쉬엄쉬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봄이는 레고 시키고 나는 떡볶이를 먹어야지. 이것이 일석이조, 일타쌍피?
봄이는 머리를 감고 외출을 하기로 했다. 평소 머리 감기기는 아빠 담당이라 미용실처럼 뒤로 누워 아빠의 '머리 감겨주는 서비스'를 한껏 즐겼던 봄이다. 하지만 욕조가 없는 샤워실에서는 무리. 앞으로 숙여 샤워기를 켜려는 찰나, "엄마, 무서워!"기겁을 하는 봄이었다. 이제 일곱 살이니 슬슬 혼자 머리감기를 연습해야 하는데... 한번쯤은 앞으로 숙일 때의 공포를 넘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다.
"봄아, 괜찮아. 딱 5초만 참아봐."
처음엔 못 한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조금 용기를 내는 봄. 머리를 적시고 샴푸을 하고 다시 머리를 헹구며 폭풍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와, 봄아 대단해, 지금은 10초 참았어!"
그렇게 겨우겨우 머리를 감겼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봄이의 긴 머리를 말려주며, 힘들지만 용기를 낸 것을 한껏 추켜세워주며 새삼 나에게도 혼자 머리감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머리에 물을 뿌리고 혹시라도 눈에 들어갈까 종종거렸던, 그러다 샴푸가 눈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따가워서 "엄마~"를 외쳐불렀던 시절 말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저자는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며 어린이에...
육아빙자 인생만화 <봄이와> 작가입니다.
<봄이와1>,<봄이와2>,<봄이와3-독박말고 독립>을 그렸습니다.
1인출판사 <도서출판 내가그린>를 운영합니다.
아이의 눈으로, 여성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리고 싶습니다. bomyw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