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 세계로부터의 탈출-14_왕초보 영어라는 쓸모없는 영어

정찬용
정찬용 인증된 계정 · 영어를 잘하게 만드는 사람
2023/06/08
"이 말을 영어로 뭐라고 하지?"
저 질문으로부터 영어 학습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돈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문법 공부, 단어 뜻 암기 등등을 다 건너뛰고 바로 한국어 문장 영어 문장을 대응시켜서 암기를 시키는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을 론칭한 것입니다. 그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단어들을 많이 아는데 그걸 서로 연결을 못 시켜서 말을 못하는 거야." 그런 걸 못하는 사람들을 그는 '왕초보'라 명명하고 그들을 위해 쉬운 한국어 문장과 쉬운 영어 문장을 연결하는 걸 보여주고 반복시켰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쉬운 단어들을 잘 연결하면 말이 잘 나올 것 같은데 아닌가요?

쉬운 단어로 연결하여 만드는 말은 별로 쓸 데가 없다

"우리가 '나는'이 영어로 'I' 라는 걸 알고 '가다'가 'go'라는 걸 아는데 그걸 잘 연결을 못 시켜서 '나는 간다'를 'I go'로 바로 못 바꿉니다. 'I'와 'go'를 연결하는 걸 자꾸 연습하면 말이 되는 거예요. 너무 쉽죠? 여기에 이제 우리가 아는 '학교에' 즉 'to school'을 붙이면 'I go to school'이 되죠. 자, 따라 하세요. I go to school, I go to school, I go to school..."
이런 식으로 그는 I를 eat an apple과 연결시키고, come home과 연결시키고, have a computer와 연결시키고, take my bag과 연결시키는 식으로 무려 1년간에 걸쳐 수강하는 강의를 팝니다. 1년짜리 강의를 다 사면 엄청난 할인도 해주고요. 그리하여, 그 엄청난 양의 강의를 다 듣고 나니 머릿속에는 엄청난 양의 연결된 영어 문장들이 들어찼습니다. 이제 영어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보니 쓸  데가 없습니다. 일단 사는 곳이 한국이다보니 그렇습니다. 혹시 같은 프로그램을 한 한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해보려니 그게 좀 이상합니다. 서로 외운 문장이 똑같아서 대화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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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사실은 넌 영어 바보가 아니야',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등의 저자. 지금도 강남역 인근에서 영어 성공자들 꾸준히 배출 중인 영어 잘하게 만드는 분야 고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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