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와 복숭아 그리고 생맥음

김형찬
2023/06/14
“아~ 날은 덥고, 입맛도 없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축축 늘어지는데, 뭘 먹어야 기운이 날까? 멀쩡하던 발도 이렇게 붓는다니깐~ 무슨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났나봐~”
   
일찍 시작된 더위에 벌써 몸이 쳐지고 힘들다는 환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입맛도 없고, 잠을 자도 피곤하고, 몸은 쳐지고, 다리도 붓기 시작한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더위와 국지성 호우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삼복더위는 시작도 하지 않은 6월에 사람들은 이미 더위로 지쳐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여름의 특징은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은 무더위란 점이다. 젊은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좀 힘들고 짜증도 나지만 그래도 잘 버텨낸다. 문제는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이다. 이분들은 좀 힘든 정도가 아니라, 환자들의 이야기를 빌면 ‘이러다 죽는 거 아냐?’라고 할 정도다. 더위를 이겨 내려면 제대로 먹고, 잘 자고, 적당히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못챙기다 보니, 회복이 안되고, 몸은 더 지쳐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급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을 것을 권하기도 하지만, 더위에 맥을 못 추는 어르신들께 추천하는 것이 있다. 바로 생맥음과 민어 그리고 복숭아다. 
   
생맥음生脈飮은 일종의 여름철 건강음료다. 맥을 살린다는 이름이 더위에 기진맥진한 사람들에게 딱 어울린다. 맥문동과 삼과 오미자로 구성되는데, 늘어진 몸의 탄력을 회복시키고, 땀과 더위로 소모된 진액과 에너지를 채워준다. 차갑게 마시는 것도 좋지만 냉방과 차가운 먹거리로 탈이 나기 쉬운 계절임을 감안하면, 따뜻하게 마시거나, 차게 마시더라도 입에서 냉기를 가시게 한 후에 삼키는 것이 좋다. 
   
민어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은 생선이다. 민어民魚라는 이름은 흔히 먹을 수 있는 국민음식 같은 느낌이지만,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라는 당시 양반들의 유행어는, 예전에도 꽤 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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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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