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현친구] 도로시야, 사랑이 뭘까?

무영현 · 세상 곳곳과 영화와 야구를 사랑합니다
2024/01/31
15년이 넘었다. 도로시와 알고 지낸 시간. 그럼에도 도로시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 내게 “그 친구에 대해 설명해 봐”라고 한다면, 한참 동안 머뭇대다가 그냥 백기를 들고 말 것이다. 그 애는 글 쓰는 직업을 가졌고, 뭔가를 열심히 좋아하기도 하고, 자기 취향도 확고하지만, 그게 그 애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지표는 아닌 듯하다. 이 애는 누구일까? 이 애는 무엇을 사랑하는 걸까? 언제나 흐르는 강물처럼 말하곤 하는 도로시를 한 방울이라도 남겨보고자 노력했다●

도로시, 28세. ⓒ본인 제공

너는 사람 많고 붐비는 걸 싫어하잖아. 사람이 싫어서 그런 거야?
사람을 싫어하는 거 같진 않은데…, 인도주의자도 아니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뭔가를 경계하게 돼서 힘들어. 사람들 틈에서 들려오는 소리나 그런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 그런 갑작스러운 것들을 쳐내고, 그런 상황 속에 계속 있는 게 싫지. 조용한 게 좋아서 그런가 봐. 청각적으로 예민한 것 같아.

언젠가 네가 너는 내향적이란 얘길 했던 것 같아서.
맞아, 나는 내향적이야. 옛날에는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어. 지금은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어.

그런데 넌 사람을 많이 관찰해야 하지 않아?
응, 관찰하는 건 재미있어. 근데 내가 관계를 직접 맺고 이런 게 힘든 거지. 인간관계의 폭도 좁다고 생각해, 스스로. 좁고 깊게 하는 편.

그러면 친구 만나는 일이 환기되지는 않아? 기분 전환?
글쎄. 기분 전환이 필요할 만큼 기분이 나빴던 때는 크게 없었어! 내가 환기된다고 느꼈을 때는 2주 동안 해외여행 떠나서 글을 한 자도 쓰지 않았을 때. 여행보다도 글 쓰는 걸 멈춰서 환기가 됐던 것 같아. 뭘 쓰려고 해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초등학생 때 이후로 글을 그렇게 안 쓴 적이 처음이었거든. 안 쓰면 괜히 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막 들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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