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꽃의 상관관계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5/13
  마당의 애니시다가 거의 다 져버렸다. 4월 내내 나를 설레게 했던 노란 빛깔의 꽃들이 이제 누런 색으로 바래버렸다. 그래서 아쉽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또 내년에 만날 테니. 애니시다가 절정을 지날 무렵, 옆집 귤나무에서 귤꽃향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나의 때가 왔다는 듯 자연스레 밀고 들어오는 요염한 향기라니. 

  귤꽃은 세상 모든 꽃을 능가할 만큼 그윽하고 진한 향을 내뿜는다. 한 번 맡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향기랄까. 오월 제주에서 귤꽃향을 맡으면 자연스레 사랑에 빠진다던 어느 소설의 구절처럼, 귤꽃향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바람결을 따라 귤꽃향이 날아오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시작된 곳을 바라보게 된다. 이토록 향기로운 꽃이 존재한다니.
 
  지난주 며칠 세찬 비가 내리면서 귤꽃도 시들해졌다. 향도 이전만 못하다. 아쉬워지려는 찰나, 분홍빛 장미가 고개를 든다. 죽은 줄만 알았던 장미가 올해 갑자기 가지를 쭉쭉 뻗더니, 열 송이 넘게 꽃봉오리가 달렸다. 두 송이는 피어나기 시작했고, 나머지 열 송이쯤도 점점 꽃받침을 열고 분홍빛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오월의 장미라더니, 그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던 식물이 때를 알고 꽃을 피운다는 게 기적처럼 여겨진다.

대체 몇 송이가 달린 거니. 난 해준 게 없건만, 다시 살아나줘서 고마워 장미. ©️박현안

  장미 옆에는 지난해 심은 수국이 깻잎 같은 이파리를 잔뜩 피워내며 봄을 맞이한다. 며칠 전 자세히 살펴보니 이파리 중앙에 조그맣게 돋아나기 시작한 수국 꽃봉오리가 보인다. 수국은 작은 꽃이 마치 부캐처럼 동그랗게 모여 피어난다. 나무 전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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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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