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의 현장을 가다 - 수성계곡, 무계원(안평대군 옛집)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4/18
수성계곡(중앙일보)

수성궁은 서촌의 산자락에 위치한 안평대군의 궁궐이다. 그곳은 산세가 수려하여 경치를 감상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장소이다.
<운영전>에 나오는 '수성궁'의 삽화 (미래엔 출판사 판본)
 
 
안평대군의 옛날 집인 수성궁은 한양성 서쪽 인왕산 밑에 있었다. 인왕산은 산세가 험하고도 아름다워 마치 용이 서려 있거나 호랑이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산세 때문에 인왕산은 남쪽에는 사직단을 동쪽에는 경복궁을 거느리고 있었다. 인왕산의 줄기는 굽이쳐 내려오다가 수성궁이 있는 곳에 와서 문득 높은 봉우리를 이루었다. 

그다지 높고 험하지는 않았지만, 꼭대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거리에 흩어져 있는 가게들과 성 안의 집들은 바둑판을 펼쳐 놓거나 별들이 늘어선 것처럼 넉넉히 가리킬 수 있었다. 집들은 마치 베틀의 실오라기가 갈라진 것처럼 질서정연히 잘 늘어서 있었다.

동쪽을 바라보면 경복궁이 아득히 보이고 그 사이로 임금이 다니는 윗길과 백성이 다니는 아랫길이 공중을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짙은 푸른빛 구름과 안개가 아침 저녁으로 허리춤에 걸려 한층 운치를 더해 주는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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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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