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른들에게 by 김소영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16

"No Kids." 소위 힙하다고 이름난 카페와 음식점 앞에 붙어 있는 문구다. 술집처럼 아동한테 유해한 공간이면 모를까, 다 함께 먹고 마시는 곳에서 콕 집어 어린이만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그런데 업주들은 "애들이 얌전하지 못해서 사고를 칠까 봐 불안하다.", "음식을 흘리고 먹어서 치우기 번거롭다.", "시끄럽게 떠들어서 다른 손님들을 불편하게 한다." 등 각자의 편리만 내세운다. 한마디로 어린이는 미성숙하고 통제 불능이어서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주들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나이 만 18세 이상의 법적 성인이라고 해서 전부 점잖고 예의 바르진 않다. 아무개 씨가 술에 취해 난동 부리고, 세 명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4시간씩 수다를 떤다고 해서 그들을 거부하는 가게는 없다. 식당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경찰을 불러 사태를 수습하고, 카페 진상 손님을 방지하기 위해 1인 1음료 규칙으로 대응한다. 단호하게 출입을 금지하는 대상은 오직 '어린이' 뿐이다.

이른바 '노키즈존'으로 대두되는 아동 차별은 자영업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개 한국인들은 '노키즈존'을 당연하게 여기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설령 심각성을 인지한다고 해도 '불매운동'의 촉매제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더 나아가 어린이를 대하는 사회 문화 전반을 살펴보면, 아동 혐오의 정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신조어 '잼민이', 특정 분야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자를 비유하는 '헬린이(헬스+어린이)', '주린이(주식+어린이)', '부린이(부동산+어린이)는 전부 아동을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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