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 성차를 뛰어 넘는 연대의 가능성 by 최승범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11
photo by JEK

2015년 2월 13일 터키에서, 스무 살 대학생 '오즈제칸 아슬란'이 성폭행 당한 후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가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들 때문에 성범죄가 늘어난다며 피해자를 힐난했다. 몰상식한 반응에 분노한 터키 남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오직 오즈제칸을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라고 선언하며, 여성의 패션을 성범죄의 변명거리로 삼는 이들에게 반기를 들었다. 울퉁불퉁한 근육과 털이 숭숭 난 맨다리를 드러낸 남성들의 사진은 SNS를 통해 빠르게 번져 나갔고,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시위 행렬에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건 당시, 나는 시위에 참석한 남성들에게 깊은 연대감을 느꼈다. 성별을 뛰어 넘는 시민으로서의 동지애. 터키 남성들의 미니스커트 시위는 피해 입지 않은 자들의 분노가 주는 울림이었다. 시위 참여자들은 피해 여성을 향한 비난이 남성들의 명예까지 더럽힌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남성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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