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2010-2022 아이폰만 사용했다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04/12

시작

배우자가 카드를 하나 들고 왔다. 새롭게 출시된 카드인데 괜찮은 것 같으니 써보라고 말이다. 현대카드에서 나온 퍼플카드였다. 부유한 집 사람들은 당시 블랙카드를 사용했는데 퍼플은 중산층을 위해 만들어진 카드였다. 혜택도 나쁘지 않았고 카드가 아주 예쁜 보라색이어서 꽤 오랫동안 잘 사용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서 아직도 출시되는 제품인지는 모르겠다.

퍼플카드와 블랙카드 사용자에게 공통으로 제공되는 혜택에는 '스마트폰 무료 제공'이 있었다. 매년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제공하는 아이폰의 수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퍼플카드 사용자들은 1년에 1대의 신형 아이폰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스마트'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는데 조선시대 사람 아님  작고 까맣고 네모나고 광택이 흐르며 맨들 거리는 아이폰을 들고 황망해했던 기억이 난다. 2010년부터 사용했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모델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구형 아이폰(?)을 주었는데 아이가 분실했기 때문이다. 다른 카드를 사용하게 될 때까지 매년 받았던 아이폰은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지면 단지에서 곶감 꺼내듯 꺼내서 유심을 끼워주었다. 

스마트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나는 키보드도 없는 이 괴상한 물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백만 년 만에 컴퓨터를 켜고 검색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아이폰 개봉기 따위의 글을 훑어보며 사용법을 익힌 것이 먼저였는지 개통이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여곡절 끝에 전원을 켜고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화면이 아주 작았는데 앱스토어에 가면 다양한 앱들이 있었다. 앱과 클라우드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하나하나 써보며 개념을 익혔다. 무언가를 하려면 앱을 깔아야 한다는 것이 성격이랑 맞지 않아서 좀 불편하긴 했지만 엑셀로 작성하던 가계부를 앱을 사용하니 정말 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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