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끝에 간신히 무죄 판결을 받았다 -
2022/11/17
기억하지는 않아도 지워지지 않는 날들이 있다. 그런 날 중 하나가 수능이다. 벌써 18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그 이름 두 글자만 들으면 시간여행이 시작되고 1초도 안돼서 그날로 도착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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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날 떠나는 시간여행인데 오늘은 특별히 그 끝자락에 도착했다. 4교시, 모든 과목이 마치고 전 교실이 노이즈캔슬링 이라도 된 듯 침묵 이상의 침묵 속에 머물고 있었다. 교실 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는 소리였나, 아니면 감독관들만 알아챌 수 있는 모종의 싸인이 있었나,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제 다 끝났고, 수고했고, 돌아가도 된다는 말이 마침내 선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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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이익 이이이이익, 의자를 뒤로 세차게 끄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뒤엉켜서 울렸다. 미세하지만 그 소음 속에 녹아져있는 그들 서로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소리는 개운했고, 어떤 소리는 미련이었고, 어떤 소리는 절망, 희망이라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