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1/05
  Part3는 새로운 심리와 제도를 형성한 WEIRD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시장의 형성부터 문화적 진화를 추동한 전쟁과 각종 경쟁, 노동이 미덕이 되기까지의 변화 등 개인의 심리와 사회 분위기뿐만 아니라, 실제로 경제가 돌아가고 개인의 삶이 뒤바뀌기까지의 길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하나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지만, 시작했으니 끝을 내야지. 그럼 고고씽.


친족에서 해방된 개인들, 상업 혁명을 이끌다

  수렵채집을 하는 인간 집단이 아직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건, 인류의 역사를 알아내는데 신의 선물 같은 역할을 하는 듯하다. 실제로 이 책에는 WEIRD의 심리 변화를 추정하기 위해서 여러 조건의 부족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실험을 한다. 시장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인데, 부족에 따라 시장 경험이 있는 집단과 경험이 거의 없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신기한 건 시장 경험이 많을수록 비개인적 공정성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비개인적 공정성이란 낯선 사람, 익명의 타인들과의 거래에서도 공정함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통합도는 시장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시장통합도가 높을수록 비개인적 친사회성이 좋아지며, 자발적 결사체 결성에 더 적극적이고 더 효과적인 공식적 제도를 도입한다.

  시장이라고 하면 공정의 이미지보다는 경쟁, 개인주의, 계산적, 자기중심적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기 마련인데, 이게 무슨 이상한 결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 소규모 농촌마을의 너그러움과 친절함을 기억한다면, 도시의 삭막함은 오히려 공정, 친사회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개인적이냐 비개인적이냐의 차이이다. 부족 중심 사회나 농촌마을에서 보이는 너그러움이나 친절은 자신의 집단에 한하는 경우가 많다. 집단에 속한 이들만 안정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비개인적 친사회성은 관계나 유대가 아니라 익명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 

시장 규범은 비개인적 거래에서 자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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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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