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끽
2023/11/05
내내 분주한 나날들이 흘러가느라 길거리의 나뭇잎들이 점점 더 알록달록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 시선을 돌렸던 것뿐인데 모르는 새에 거리는 온통 가을로 가득 차 있었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더 늦기 전에 가을 단풍을 구경하러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단풍을 구경할 장소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짝꿍이 기가 막힌 곳을 찾아냈다. 이 동네에서 일하고 꽤 오래 살았는데도 처음 듣는 장소라서 명칭조차 낯설었다. “경의선 숲길 말고 경의로 숲길이라니, 그런 장소가 있다고?” 그렇게 찾아간 경의로 숲길은 예상보다도 더 좋았다.
아픈 다리로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거리였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온통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뿐이었다. 하다못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 뒤덮인 길도 너무 예뻤다. 오늘 가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