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일기] 10. 통신장애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4/01/17
  1월 13일 밤, 저녁 일을 정리하며 쓰레기를 들고 소각장으로 향했다. 생활동에서 데크로 나갔을 때 평소와 별 다를 바 없이 몇 개의 별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소각장에서 오늘 하루 동안 버려진 쓰레기와 제때 내뱉지 못한 욕을 몇 마디 태웠다. 데크에 나온 후 문을 열고 생활동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내 시선이 닿아있는 모든 곳에 별이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쳐 올리지 않고 그저 45도 각도로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별이 보였다. 지구에서 보는 하늘이 아닌 대기권을 지나 우주에서 별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얼른 일을 마무리를 하고 샤워도 하지 않은 채 내 방 앞의 비상계단으로 나갔다. 우주를 유영하고 싶은 기분으로 계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데 불과 10분 전과 다르게 별이 몇 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한 터라 살짝 몽롱한 상태였다. 꿈을 꾼 건가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다시 우주가 펼쳐졌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여 동공이 작아지며 작은 빛도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군 시절 경계 근무 시 사용하던 04K라는 야간투시경이 생각났다. 작은 빛도 증폭시켜 대낮처럼 환히 볼 수 있는 장치이다. O4K를 눈에 대고 하늘을 보면 눈으로 보이지 않은 별들이 04K를 거쳐 별들이 망막에 꽂힌다. 하늘에 보이지 않은 별들이 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도시의 하늘을 볼 때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을 마음으로 보고는 했다. 
 마음속으로 그릴 수 있는 별보다 더 많은 별을 육안으로 보는 건 실로 오랜만이다.      

‘Shoot for the Stars’. 별(꿈)을 향해 쏴라.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상이 눈앞에 있어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계속 하늘만 바라보며 꿈만 꿀 수는 없다.      

 목이 아파 쳐들었던 고개를 내려 앞을 바라봤다. 바다가 보인다. 낮의 밝게 빛나는 영롱한 푸른색이 아니다. 햇살을 반사해 빛나는 윤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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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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