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26장. 성실한 응답과 정중한 거절, 혹은 쌩까기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5/13
교사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상적이거나 당위적(當爲的)인 것 말고. 내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 것은, 사기 치기 쉬운 대상이라는 평가다. 요즘은 교사들도 좀 약아서, 또는 인터넷 정보가 다양해서 사기를 덜 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직업에 비하여 사기꾼의 '최애 먹잇감'임을 부인하기 쉽지 않다. 
   
모든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순진해서 사기를 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순진이란 무슨 뜻일까. 도대체 무슨 의미길래 교사는 사기를 잘 당하는 집단에 속할까. 내 생각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고, 될 수 있으면 믿어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특징은 교사의 현실적 필요와 관계있다. 이해의 대상은 주로 학생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수업할 수 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좋은 태도다. 그런데 교사 가운데는 학생 아닌 다른 상대도 은연중에 피교육자 취급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믿어주려는 것은 당위성에 밀려 형성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적에 타인을 의심하는 것은 나쁘다고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교사는 어렸을 적 그 가치를 순결처럼 지키려는 집단에 속하기 쉽다. 성선설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을 믿는 것이 미덕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상대를 무조건 덜컥 믿다가는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모른다. 현실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무조건 상대를 믿으면 폭망하기 쉽다. 결혼 대상자에서 우선 배제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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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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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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