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의 '몰카'는 퍼져도 될까?

사과집
사과집 ·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2023/03/30
※ 씨네21에 기고한 글입니다. <더 글로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평] ‘더 글로리’의 복수는 가해자의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나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이 학교 폭력의 복수를 결심한 가해자는 다섯명이다. 생사 여부로 복수를 결산해보자. 두명의 남자 가해자는 모두 목숨을 잃은 반면, 세명의 여자 가해자는 살아남았다. 왜 그들은 죽지 않았을까?


가해자들 사이의 젠더라는 위계          

문동은이 박연진(임지연)에게 주려고 한 것은 ‘사회적 죽음’이다.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되는 방식으로.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라는 체육관에서의 경고는 연진이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할 만큼 대중적인 인물이기에 더 효과적이다. 특히 젊고 아름다운 기상 캐스터일수록, 흉흉한 소문으로 인한 추락의 낙차가 크다. 전재준(박성훈)은 공사 중인 건물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지만, 연진은 사회적 지위, 명예, 영광(glory)으로부터 추락한다. 그건 ‘여성’이 대상일 때 보다 효과적인 복수다. 손명오(김건우)와 최혜정(차주영)은 가해자 집단 안에서 무시받는 처지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처벌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가진 게 목숨뿐인 명오는 가장 일찍 죽는다. 반면 혜정은 목에 연필이 꽂혀 피를 토하고도 끝내 산다. 죽은 건 ‘혜정’이 아니라 이른바 ‘스튜어디스 혜정이’다. 극 중 ‘스튜어디스’란 타이틀은 혜정의 계급 상승을 위한 핵심 도구로 그려진다. 혜정은 목소리를 잃고, 신분 상승의 꿈도 잃는다. 혜정에게 직업을 뺏는 것은 명오에게 목숨을 뺏는 것만큼 효과적인 복수일 수 있다.

일반인 여성은 이같은 복수를 피해 갈 수 있을까? 방송국 게시판에 학폭 폭로가 올라올까 봐 연진이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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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와 에세이스트의 경계에서 정치, 여성, 청년 문제를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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