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암투사-태종 ①] 이방원, 형 정종의 아들이 되다
[2차 왕자의 난 ①]
‘왕자의 난’ 앞에 ‘1차’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지난 글에서 이미 당신들은 이방원의 ‘작전상 후퇴’라는 것을 눈치챘을 테고, 숨 고르기가 끝나면 곧바로 절정을 향해 돌진할 것임을 예상했을 테니, 쓸데없는 말장난하지 말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두 걸음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 물러서기. 목숨 건 싸움을 주도하고도, 노자의 《도덕경》의 말처럼 ‘그칠 줄 알아서 그칠 곳에 그친’(知止止止) 이방원의 ‘지략’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2차 왕자의 난은, 스포(결말을 미리 알려서 보는 재미를 떨어뜨림) 하면, 1차에 비해 다소 싱겁다. 이미 1차전에서 ‘작전상 후퇴’를 한 방원이 실질적 권력은 다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누구나 예상하듯 그 결말이 뻔하다면 그 과정에서 돌출되는 약간의 스펙터클은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방원은 또 다른 긴장감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자, ‘2차 왕자의 난’ 속으로 뛰어 들어가 보자.
‘2차 왕자의 난’ 도입부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일단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름하여 ‘이방간’.
방간은 누구인가. 방간은 그동안 주인공 방원의 이름이 워낙 비중 있게 다뤄지다 보니 조연보다 못한 엑스트라처럼 비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간은 엄연히 태조 이성계의 넷째아들이자 방원의 바로 위 형이다. ‘적자’의 ‘대군’이다. 적자는 본처에서 태어난 자식을, 대군은 왕자를 의미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을 터.
적자의 대군이라. 이 말은 언제든 왕권을 넘볼 수 있는 ‘1순위’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을 지위이다. 하지만 어쩌면 방간에게는 왕권이 사실상 물 건너갔을 수도 있었다. 유교 국가에서 왕위는 ‘부자 계승’이 원칙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정종의 아들에게 왕위가 계승되는 게 법통에도 맞고 자연스럽다. 이 점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미 왕이 된 정종을 제외한 태조 이성계의 아들들, 즉 왕자들의 왕권 욕심이 어떠했는지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