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강신규 ·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2021/12/06
장모님이 내게 입을 여는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뚱뚱했을 때 자네 옷 입는 모양새가 몹시 마음에 안 들었어.” 오랫만에 딸의 부부와 카페에 함께 해서 흐뭇해하던 장인 어른도, 창밖으로 펼쳐진 저녁 노을을 감상하던 아내도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느닷없는 어머님의 말에 얼떨떨했던 나는 두 사람의 근심 섞인 시선에 정신을 차렸다. 내 반응에 따라 흥겨웠던 자리가 유지되든지 아니면 귀가하는 내내 썰렁함에 몸서리를 치든지 판가름이 날 것이다. 썰렁한 농담을 던졌다. 아버님과 아내가 웃음으로 거들었다. 어머님이 미소 짓자 분위기는 되돌아왔다.

어른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생각하며 살아왔다. 아버지의 엄한 양육 방식 때문에 강력하게 내면화 된 행동 지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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