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 치킨, 그것은 만들어진 취향

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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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0

치킨의 가격에 한국인은 흔들린다. 하지만 정말, 우리의 취향은 치킨일까?

  • 우리는 치킨을 사랑한다. 치킨은 음식이 아니라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 사랑의 승리자는 소비자가 아니다. 하림이다.
  • 우리의 취향이 정말 치킨인지, 질문해야 할 때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KEYPLAYER 1_ 김 과장님

그러나 치킨에는 즐거움만 배어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는 일하는 사람들이 결국 자영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연약한 고용구조를 바탕으로 성공한 산업이다. “김과장님! 아직도 넥타이에 연연해 하십니까?” 98년 외환위기 직후 BBQ 치킨의 가맹점 모집 광고 카피다. 21세기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유일한 선택지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프랜차이즈는 통제가 이윤이 되는 시장이다. 이벤트를 포함한 마케팅은 물론, 영업시간과 휴무일, 사용하는 재료부터 양념 파우더까지 모든 것을 본사가 쥐고 있다. 김 사장님은 사라는 대로 사서 교육받은 대로 튀긴 후 팔라는 대로 판다. 그 결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혁신적인 영업 이익률을 가져간다. 지난해만 따져봐도 bhc의 영업이익률은 32.2퍼센트대, BBQ의 경우 16.8퍼센트였다. 지난해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28.5퍼센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요식업계의 최근 2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8.5퍼센트 수준이다.
KEYPLAYER 2_ 이제훈 대표

6900원짜리 ‘당당치킨’을 홈플러스가 출시했을 때, 그래서 가맹점 사장님들은 그 가격을 납득할 수 없었다.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염지닭의 가격만 해도 이미 6000원 선인데 어떻게 6900원짜리 치킨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가능했다. 재료의 수급부터 구조가 다른데다 이미 고용된 노동자들이 화장실도 가지 못하며 신메뉴 조리를 담당하니 인건비 부담도 없다. 일각에서는 당당치킨을 업계 2위 홈플러스의 단기적인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분석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의 이제훈 대표는 KFC와 피자헛 코리아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가장 잘 아는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미 홈플러스는 이마트가 선점하고 있던 저가 피자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F&B에서 전략을 찾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의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다.
KEYPLAYER 3_ 한국육계협회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치킨은, 이렇게 누군가의 생존이면서 산업이고, 전략이다. 이 모든 것은 안정적인 생닭의 공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냥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공산품의 수준으로 가격과 물량이 모두 안정적이어야 말이 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많은 닭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정말 공장에서 온다. 정확히는 공장식 도계장이다. 이러한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하림, 마니커 등 대형 업체들이 모인 조직이 바로 한국육계협회다. 육계협회는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냉장 상태로 판매되는 육계의 판매 가격과 생산량, 출고량 등을 공동으로 결정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모두 1758억 2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이와 관련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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