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었어 하노이] 1. 아침은 쫀득하게, 쏘이 쎄오

신예희
신예희 인증된 계정 · 위인입니다
2024/04/10
한때는 여행이라면 으레 이른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온종일 열심히 돌아다니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거로 생각했다. 그러니 숙소에 딱히 투자하지 않았다. 어차피 잠만 잘 건데 뭐. 하지만 요즘은 꽤나 쉬엄쉬엄, 숙소에서 훨씬 더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체력과 예산, 관심사와 경험치 등이 달라지니 여행의 방식도 살금살금 변해간다. 그래서 어느쪽이 더 즐겁고 알찬가 하면,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여행은 그저 즐겁다. 가도 가도 또 가고 싶다.
 
하여간 그래서, 하노이에선 뭘 또 그렇게 맛있게 먹고 다녔는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바로 몇 달 전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한 달가량 머물렀으니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풀어놔야지. 정말이지 맛있는 게 참 많은 곳이었다. 음식 종류도 어찌나 다양하던지, 한 달 정도로는 턱도 없겠더라. 
 
첫 번째 음식은 요것이다. 쏘이 쎄오 xoi xéo.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찍은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쏘이는 찹쌀로 지은 밥, 쎄오는 녹두다. 합치면 찰밥 녹두, 녹두 찰밥, 뭐 그런 거다. 베트남 음식 중엔 ‘쎄오’가 들어가는 유명한 음식이 또 있다. 반쎄오. 그치만 요건 bánh xèo다. 자세히 보시면 ‘쎄오’의 악센트 모양이 다르다. 성조가 다른 것이다.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성조의 차이를 알게 되었… 을 리는 없지만 이해하려고 애쓰긴 했다. 어려웠어, 흑흑.
 
일단 쏘이 이야기부터. 요 찰밥은 하노이의 인기 있는 아침 식사 메뉴다. ‘베트남의 아침 식사’라고 하지 않고 콕 집어서 하노이라고 하는 이유는, 진짜 그렇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1,650㎞에 달하는데(한반도는 남북한 합해 1,100km다), 거칠게 말해서 수도 하노이가 북쪽 끝에, 제1의 도시 호찌민이 남쪽 끝이다. 거리만큼 날씨도 토양도 꽤 다르고, 자연히 음식은 물론 삶의 방식도 차이 난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주식은 쌀이지만 고걸 가지고 뭘 해먹느냐는 지역마다 꽤 다르다. 북쪽 하노이가 국수, 남쪽 호찌민은 단연 밥이다. 그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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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프리랜서. 글, 그림, 영상, 여행, 전시 작업에 관여합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어쩌다 운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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