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피해 생존자 세 명의 이야기❞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7/24
에디터노트

2030 여성 연대 토크쇼 ❝원래 그런 건 없어❞ 첫 번째 패널을 소개합니다. ‘온라인 젠더 폭력’을 겪고 각자의 이유와 방법으로 본인의 피해를 공론화하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온라인 젠더 폭력 피해생존자예요? ‘디지털 성 착취’ 아님 ‘성관계 불법 촬영’?”, 들어보세요. 이들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보다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alookso 유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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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이 찌찌 크더라. 짜면 모유 나오는 부분이냐?’ 

2022년 12월 2일, 교원평가 열람 후 성희롱 문구를 발견했다.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교원 평가는 ‘익명성’ 보장이 원칙이기 때문에 학생이 누구인지 추적할 수 없다고 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교직 분위기와 외부 민원만을 두려워하는 학교 및 상부 기관의 태도에 여러 번 좌절했다. 

좁은 교직 사회 내에서 피해에 대해 크게 알릴 경우 불특정 다수(간혹 동료들이기도 합니다)로부터 사실이 맞는지 검증하는 질문, 인신공격 등을 받을 수 있다. 언제나 ‘덮고’ ‘참고’ ‘속으로 삭이며’ ‘별일 아닌 듯’ 넘어가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교직 사회의 현실과 교권 추락의 실태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도중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제대로 보호받는 교사가 존재하기는 할까? 

교사일지라도, 성희롱당한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공론화를 시작했다.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어 트윗(게시물)을 올렸고, 금세 수백만 명이 트윗을 읽어주셨다. 

겪어보니 학교 밖으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학교는 일단 피해 선생님들이 ‘병가’를 쓰고 쉴 수 있게 조치했다. 당장 떠나버리면 남게 될 학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지만, 가해 학생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학생이 있을 교실 앞에 서서 수업해야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 숨이 막혔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닐 텐데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치가 고작 ‘병가’인 현실이 답답했다. 교내에서 사안을 공론화하여 가해 학생의 자수를 유도하고 교육적으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지만 학교는 거절했고, 결국 성희롱 작성자 특정을 위한 경찰 수사를 의뢰하게 되었다. 

다수의 여교사를 성희롱한 학생이 경찰에 잡힌 이후 학생은 올해 1월 퇴학 처분을 받았다. 교권과 피해 교원 보호를 촉구하는 교직 사회의 목소리를 교육부에 전달하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고, 또 다른 선생님들의 용기가 되었기에 공론화를 한 사실에 대해 후회는 없다. 

그러나 뿌듯함과 기쁨도 잠시였다. 지금까지 공론화 과정에서 겪은 모든 일을 통해, 교사가 성범죄 피해를 입고도 ‘피해자 보호’라는 당연한 권리를 외칠 때 감수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 

느리더라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변화가 있기를, 이런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교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싸우고 있는지 이 글로 처음 접하는 분들이 현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 

더는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에 꺾여 삶을 져버리는 동료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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