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식
손만식 · 인공저능 디자이너
2021/11/25
돌봄을 받으며 자라던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고, 더 성장하면 남까지 돌볼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면 다시 아이를 돌보고, 쇠약해진 노인을 돌보면서 세상이 이어져 왔겠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수많은 어른이 있고, 아이는 오히려 줄어드는데 왜 돌봄이 어렵다고 하는 걸까요?

어른이라면 서로 차이가 있겠지만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체력, 시간, 자본)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불안한 사회에서는 가장 여유가 있을 비장애인 어른들마저도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생존을 위해 사용하거나 축적하고 오히려 돌봄을 받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돌봄이 필요한 아이, 노인, 장애인을 '민폐'라고 부르는 사람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자원을 이기적으로 사용해야 성공할 여지라도 생긴다는 세상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자신의 여유 자원을 나누는 돌봄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 모든 것을 희생해 돌봄에 매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현실에서 이런 희생이 가능한 것은 가족 공동체로 묶여 자원을 몰아준 자의 소득 공유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돌봄이 가족 내에서만 소모된다는 것과,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돌봄 노동에 대해 경력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희생하는 사람에게 일부나마 보상을 주려는 것이겠지요. 의미 있는 고민이지만 돌봄의 가치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돌봄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은 관련 직종의 급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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