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혐오자의 가자미 구이

tazio
2022/11/15
‘요리가 싫다.’ 
달궈진 기름에서 연기가 펄펄 올라가는 후라이팬을 향해 뛰어가며 나는 생각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는 요리를 경멸한다. 요즘 세상에 어떤 활동이 이처럼 에너지 투입 대비 산출이 형편없단 말인가. 20분이면 다 먹어 치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보기부터 만들기, 뒷정리와 설거지까지 서너배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 가성비 처참한 행위가 효율만능주의 사회에 여지껏 남아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왜 아파트 지하마다 매 끼니 식판에 담은 급식을 제공해주는 식당이 없는가. 이러고도 2022년을 첨단기술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잠깐 거실에서 아이랑 이야기를 하는 사이 인덕션에 올려 놓은 후라이팬에서 난리가 났다. 주방으로 달려가 왼손으로는 인덕션의 화력을 급하게 낮추고 오른손으로는 후라이팬을 번쩍 들어올렸다. 열기에서 멀리 떨어지게 해서 온도를 낮춰야 한다. 잠시 식히고 나니 연기도 멎고 온도도 적당히 떨어진 것 같다. 
다시 후라이팬을 인덕션에 올리고 마치 끔찍한 것을 잡듯 손가락 끝으로 가자미 한 마리를 들어 올려 팬 위에 던졌다. 달궈진 기름은 수분을 머금은 생선을 허용하지 않고 거세게 화를 내며 온 사방에 튀었다. 기름 방울이 내 손등에까지 묻었다. “아얏!” 내 비명소리에 거실에 앉아있던 아이가 다급하게 묻는다. “엄마, 괜찮아?” 나는 괜찮다며 아이를 안심시키고 손등을 찬물로 씻었다. ‘성가셔 죽겠네.’
생선 구운 연기가 집 안 가득 차면서 한동안 비린내를 풍길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그게 싫어서 언젠가는 에어프라이어에 생선을 구웠더니, 마치 염한 시신처럼 허여멀겋게 익어 나온 꼴이 볼만했다. 먹어보니 살이 너무 질척거려서 구운 게 아니라 삶은 거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 끔찍한 생선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누군가 멘션을 달아줬다. 
“기름을 넉넉히 둘러 튀기듯 구워보세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기름세례를 맞게 생겼다. 나는 황급히 개수대 아래의 수납 공간에 손을 뻗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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