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침잠, 그대 안의 블루_영화 <퍼펙트 블루> 리뷰
2022/11/18
아이돌 그룹 챰의 멤버인 ‘미마’는 소속사의 사정으로 배우로 전향하게 되었다. 매니저인 ‘루미’의 격렬한 반대도 있었지만 소용없는 일. 아이돌의 삶을 정리하고 처음 출연한 드라마에서 미마에게 주어진 배역은 고작 대사 한 줄의 단역이다. 그마저도 자신을 겨냥한 듯한 폭발물 테러로 불미스러운 첫발을 내디딘다. 애당초 가수가 되기 위해 상경한 그녀였지만, 소속사에 의해 떠밀리듯 배우가 된 것. 그런 와중에 소속사 사장 ‘타도코로’는 배역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 미마가 원치 않던 강간신과 누드 촬영을 감행한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미마는 아이돌로 남고 싶던 마음은 커져만 가고, 묘하게 현실과 비슷한 드라마 속 배역의 상황에 혼란을 느낀다. 여기에 쓴 적도 없는 홈페이지 글은 너무나 상세히 자신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는데다, 하나둘 주변 인물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반복된다. 급기야 미마는 아이돌의 모습을 한 자신의 환각을 보고,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 작 <퍼펙트 블루>는 끊임없이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종횡무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현실의 미마, 미마의 환상 사이만을 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객을 현혹시키는 쇼트의 사이 사이엔 루미의 환상 역시 교묘하게 섞여 있다.
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상 장면의 반복이 대표적이다. 옛 동료들을 만나러 방송국에 방문한 미마는 그곳에서 아이돌 의상을 한 자신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