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좌충우돌 코리안 페스티벌 이야기

레베카Kim
레베카Kim · 국제개발협력 ❘ NGO
2024/02/18
2022년 11월 26일 토요일

내 인생에 이렇게 고된 날이 언제 또다시 올까 싶었던 날이다. 종일 먹은 음식이라고는 팹시 콜라 한 병이 전부였지만 배고픔을 느낄 틈도 없을 정도였으니. 

이 날은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제1회 한인축제가 열린 날이었다.

행사의 본래 취지는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것이었지만 사실 도미니카공화국을 포함해 중남미지역에서의 한류 열풍은 이미 꽤나 진행 되었던 현상이라 새로운 것을 알리기 보다는 우리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벌이자는 의미가 더 컸었다.

제1회 한인축제 준비위원회는 중남미의 형님 국가 격인 아르헨티나의 2019년 한인축제를 일종의 모델로 삼았었는데 그들이 5만 명을 기록하였으니 우리의 목표는 최고 2만 명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인구가 아르헨티나의 1/4도 안되고, 특히 한인 교민수는 약 3백 명 남짓 뿐이라 이 목표는 결코 보수적인 숫자가 아니었다. 

@매일경제

그러나 우리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순간 참여자 최고 6만 명, 등록된 참여자 수 5만 명을 기록하였다. 행사가 열린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ña) 인근 레스토랑의 한 어르신은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 일하시면서 규모있는 행사를 많이 지켜 보았는데 살면서 이런 많은 인파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이 날 음식을 팔던 사장님들은 종일 일손이 부족해 기쁨의 탄성을 지르셨고, 부채나 티셔츠 같은 소모품을 팔던 분들은 행복한 매진을 기록했다. 나는 이날 행사 중간에 비가 꽤 왔었는데 비에 홀딱 젖은채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을 내려다 보면서 정말이지 미안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레베카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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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국제개발학을 전공하고, 2013년부터 아프리카를 거쳐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난민, 여성, 환경에 관심을 두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연대하는 지구공동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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