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대 이야기 (2) 신병교육대

정광헌 · 낙서글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1/29
1974년 봄 얼떨결에 반국가사범으로 지목되어 형무소 독방에 3개월 수감되었다가 7월 4일날 풀려나온후 두달 반만인 9월17일(화) 날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수색에 있는 육군30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하였다. 그 날 집에서 출발 직전에 찍은 사진에 내 머리가 평상시와 같은 것으로 보아서 머리는 아마 입소 후에 짧게 깎은 것으로 생각된다.
 
내무반을 지정받고 군복, 내복, 양말, 모포, 군화 등의 관물을 보급 받았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이들의 관물과 구분될 수 있도록 각자 의복과 양말에 실로 표시를 하였다. 시골에 살다 왔다는 옆의 동료는 매우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빨리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비해 평생 처음 실과 바늘을 잡아본 나는 무척 서툴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전 이틀정도 이렇게 관물을 정리하면서, 육군복무수칙을 암기하는 정신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 점호 시간에는 어김없이 암기 시험을 구두로 치렀다. 내무반 침상에 일렬로 서서 차렷, 열중섯을 반복하기도 하고, 점호자가 “너!”하고 지목을 하면, 얼른 “네! 훈병! xxx!”라고 큰 소리로 복창한 후, 질문에 따라 육군 복무수칙에 있는 여러 항목의 암기 사항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답하여야했다. 어차피 점호시간에는 무언가 트집이 잡히고, 폭언과 폭력이 난무하는 단체기합을 받게 되어있었다. 아마도 신병들을 군인 정신으로 무장시키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막상 지적과 질문을 받으면 맨붕 상태에서 버벅거리며 아는 내용도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훈련은 제식훈련에 이어 총검술, 각개 전투 등으로 이어졌다. 제식훈련은 차렷, 열중 섯, 경례, 우향우, 좌향좌 등의 기본자세와 발맞춰 행군하기 등이었는데 10분간 휴식 시간에는 전체 훈련병의 1~2%를 제외한 대부분이 보급품으로 받은 화랑담배를 꺼내 한 대씩 입에 물고 피워댔다. 막상 흡연 외에 10분간 휴식 시간에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인 교관이나 조교는 “10분간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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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년 시절 종합상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한국 상품의 해외 시장 개척에 진력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고객 확보 지원 사업을 개인사업으로 영위했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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