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그 이후 사소함에 대하여

이윤희 시인
이윤희 시인 · 시민강사/ 시인
2024/05/16
이사, 그 이후 사소함에 대하여

전에 살던 집의 우편함
아직도 내 이름 호명하는
나의 부재를 모르고 찾아오는
세금 고지서가 우편함에 포화 상태다
그 사이
반짝이던 통은 녹이 슬어갔고
옛 주소도 부식되어 갔다
비에 젖은 고지서를 원룸방
창틀에 끼워주는 집주인 아줌마
내린 비탓인지 표정이 없다
와글와글 모여 있던 고지서들이
낡은 우편함에서 빠져 나온다
나는 축축한 고지서들을 챙겨들고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그러나 누군가 살고 있는
방으로 옮겨오자
제 속을 게워낸 우편함이
빼꼼히 나를 내다보고 있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그러나 누군가 살고 있는/
또 이사를 해야합니다
그래서 전세 임대를 알아보러 다니는데
마음에 드는 집이 없네요
이사는 참 많이 불편하고 힘든 과정 입니다
마치 우리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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