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3/11
으아아아아아아 사랑에 대한 글을 적다보면 많이 만나는 단골 코멘트 하나는 "정말로 좋은 짝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다. 자매품으로는 "정말 좋은 남자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매력적이시잖아요" 같은 말들이 있다. 사실 처음에 이 말을 들을 땐 이상하게 본능적으로 너무 어색하고 미묘하게 핀트나간 오해를 받은 기분이랄까, 기분이 떨떠름했다.  왜일까.

<Dance at Bougival>, 1882-1883, 182x98cm, 르누아르




이 말을 좀 부드럽게 듣을 수 있게 된 건 스타트업 대표인 친한 후배녀석 하나가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하고는 전화해서" 언니. 저 이 친구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요? 혹 그렇지 않을까봐 겁이 나요. 그럴 수 있을까요?" 라는 말 하는 걸 들은 이후부터다. 아, 본인이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보통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이슈구나. 심지어 나와 여러부분 정서를 공유한다고 느끼고 있는, 범상치않은 본질주의자인 이 녀석조차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좋은 짝을 만나야 한다고.



아파하는 녀석에게 "그럼. 물론이지 더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더 좋은 건 언제나 있더라. 나자신 성장하고 있는 한은" 이라는 말을 나도모르게 건네버리고는 확실히 깨달았다. 아. 누군가가 좋은 사람 만나기를 바라주는 건 정말 그를 생각해주는 말이라는 걸. 그로부터 나는 이런 좋은 짝 기원하는 말들을 덜 언짢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음...여전히 나는 이 말이 목에 걸린다. 상대의 좋은 마음과 의도를 알기에 애써 삼키려 애쓸 뿐.



스스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는 그 좋은 사람을 그렇게까지 만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만나면 좋은데 그게 안 되어서 속상하다거나 그걸 무지 하고 싶다거나 그렇게 마구 중요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좋은 바로 그 사람 만나는 걸 전혀 목표로 삼지도 않는다. 물론 만나면 당연히 좋겠지. 그런데 나는 그보단 그저 내...
오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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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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