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 두 유 리브 닷 컴"- 장강명의 <표백> 다시 읽기(3)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3/14
장강명, <표백> 초판본 표지


<표백>에서는 자살 이후의 유의미한 변화나 성과를 그려내지 않는다. 그려냈다 할지라도 자살자는 그 시점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살자들의 자살 이후를 공백으로 처리한 것 자체를 이 소설의 한계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대안이나 미래가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함을 보여주려 한 작가의 의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했을 때, 궁극적으로 자살이라는 방법론은 맹점이 많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러한 자살을 비판하기는 쉬우나, “그런 비판이 이들의 자살을 막기는 어렵다”는 현실 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두려움에 눌린 나머지 추나 병권, 진호그룹 회장의 장남 등을 지나치게 닦달하기도 했다. 솔직히 추와 병권은 세연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로맨티스트고 순정파인 점을 이용한 것도 공정한 게임일까? 병권 얘기다. 성격이 불안정했던 추를 자살로 몰고 간 것은 또 어떤가? 그것은 너무도 야비한 일 아닌가.”
   
<표백>의 청년 자살자들을 대표하는 세연의 캐릭터는 비범하며 매력적이다. <표백>이 청년 세대의 현실을 고하는 두 번째 방식은,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비현실적’ 요소다. 이 지점에서 추와 병권의 죽음은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둘의 죽음이 표백 세대의 그늘을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의 경우 확실히 세연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추와 병권은 세연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영화 속에서 장국영은 어떤 쓰레기 같은 짓을 해도 주변 사람들이 항상 관심을 보이고 매력을 느낀다는 점에서 세연을 닮았다. 현실에서 그럴 정도로 재능이나 매력을 갖춘 캐릭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 세연이 유일했다.”
   
‘세연’이라는 예쁘고 매력적인, 모두를 조종할 수 있는 하나의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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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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