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본질은 예타 해킹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보고서를 읽고(풀 버전)
2023/07/11
[읽기 전에] 이 글은 풀버전입니다. 너무 길어 내용파악이 어렵다거나 요점만 보고 싶으신 분들은 축약버전을 먼저 읽으셔도 좋습니다.
이 공간에서, 그리고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 저는 자신을 "노가다판 행정학자"로 소개합니다. 이는 은유가 아닙니다. 직장에서 제 일은,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의 경제적/정책적 타당성을 분석해서, 이 사업을 할지 말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이런 일을 저희 판에서는 "공공투자 의사결정"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자면 돈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할 지 말 지, 하면 어떻게 할 지를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끔 연구논문도 쓰고요.
최근 넓게 봐서 저희 "업계"에 정치권에서 핫한 이슈가 하나 터졌습니다. 바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 변경과 관련된 논란입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석연찮게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와 다르게 종점이 변경되었다, 거기에 대통령 처가 소유의 땅이 있더라, 터무니없는 의혹이다, 이런 의혹으로 시끄러우니 직을 걸고 사업 접겠다... 참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따라 오만 가지 공공기관의 기록이 들춰지고 있습니다. 종점변경 요청이랄지, IC신설이랄지, 종점 변경에 따른 변화에 대한 한국도로공사의 분석이랄지.
저는 이 논란을 "한국의 (건설사업) 공공투자 의사결정"이라는 눈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그러면 지금의 논란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겁니다.
한국의 (건설사업) 공공투자 의사결정
도로나 철도로 대표되는 SOC사업은 돈 많이 듭니다. 다시 한 번. 진짜 돈 많이 듭니다. 그리고 한 번 투자된 시설은 아주아주 오래 씁니다. 왜정 때 깔린 철도를 여전히 쓰고 있고, 박통때 만든 경부고속도로도 유지보수를 해 가며 쭉 쓰고 있죠. 그래서, 이러한 대규모 공공투자를 할 지 말 지, 한다면 어떻게 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공공투자 의사결정이 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