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ㅣ 너도 평등하게 우리를 괴롭혀 왔으니까
2023/10/24
단편 모음집을 읽을 때 반드시 단편 한 개는 빼놓고 읽는다. 이유는 딱히 없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어찌어찌 그렇게 되다 보니 세월의 겹과 겹과 겹이 쌓여서 독특한 나만의 독서 습관이 되었다. 나의 시그니처라고나 할까(개성 있잖아, 크크크). 단편집에서 읽지 않을 단편 한 개를 고르는 기준은 딱히 없다. 무작위'다. 어제는 글(아스피린 ㅣ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세계)을 쓰다가 본문에 인용, 삽입할 문장을 참고하기 위해 책장에서 박민규 단편집 << 더블 >> 을 꺼냈다. 13년 만에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문득, 이 단편집에서 읽지 않았던 단편이 무엇이었나, 궁금해졌다.
읽지 않은 단편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읽은 작품에는 반드시 제목에 밑줄을 긋기 때문에 밑줄을 긋지 않는 제목의 단편이 내가 읽지 않은 단편이다. 훑어보니 이 단편집에서 내가 읽지 않은 단편은 << 루디 >> 였다. 17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편이기에 그 자리에 서서 홀딱 읽어버렸다. 그러고는 이내 결심했다. 앞으로는 단편 한 개를 빼놓고 읽는 나쁜, 고약한, 형편없는, 악취미에 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