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선 인간 1

2021/10/24
아지트 바르키는 인도 출신의 의사이자 인류 진화 연구자다. 어느날 그는 애리조나대학에서 강의를 한 후, 유전학자 대니 브라워에게 통렬한 질문을 받는다. 당신도 인간이 어떻게 지성을 가진 종으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 묻는군요. 제 생각에, 중요한 질문은 그게 아니라 이겁니다. 인간의 복잡한 정신 능력이 이토록 유용한데, 왜 다른 종들에서는 이런 능력이 진화하지 않았을까요?

보편적으로 유용한 능력은 여러 번 진화한다. 빛을 인식해 정보로 변환하는 기관, 그러니까 눈은 여러 생물계통에서 여러 번 독립적으로 등장했다. 브라워는 이렇게 물은 셈이다. "눈은 유용하니까 생명의 역사에서 여러 번 독립적으로 등장했다. 인간의 복잡한 정신 능력이 유용하다면, 왜 다른 종에서 여러 번 독립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는가?" 인간의 진화를 이해하는 핵심 질문은 "왜 인간인가?"가 아니라, "왜 인간 하나밖에 없는가?" 이것이다.

사실, 브라워는 바르키를 놀라게 만들 가설을 이미 갖고 있었다. 복잡한 정신 능력은 유용하지만, 대신 치명적인 문제를 안겨준다. 죽음은 모든 생명의 운명이다. 다른 개체의 죽음에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동물은 많다. 그러나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온전히 아는 종은 인간 밖에 없다. 인간은 동료 인간들의 죽음을 인식하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임을 배우고, 모두에게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보편 개념을 이해하고, 그러므로 나도 저렇게 될 운명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죽음이라는 운명을 최초로 인지한 종에게, 생존을 위한 모든 노력은 근본적으로 허무한 일이 되어버린다. 브라워의 창의력 넘치는 가설은 여기서 나왔다. 복잡한 정신 능력은 죽음이라는 운명을 인식하게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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