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은 미국 대법원, 3화: 약점의 공략
2022/07/05
선을 넘은 미국 대법원 1화에서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한 이유가 49년 전의 그 판결이 '실체적 적법절차'를 근거로 하고 있었는데, 실체적 적법절차라는 것이 "명백한 오류를 가진" 논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선을 넘은 미국 대법원 2화에서는 미국법에서 프라이버시란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을' 권리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문제와 결정에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 이 두 가지는 어떻게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엮이게 되었을까? 이를 가장 잘, 그리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영상이 있다. 바로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Federalist Society)에서 만든 'Roe v. Wade: A Legal History'다.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이 영상에서 하는 주장을 인용하기 전에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가 어떤 단체인지 간략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 단체는 1982년에 만들어진 법률단체로 보수주의자와 리버태리언(Libertarian, 여기에 좋은 설명이 있다)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고, 이들은 미국의 헌법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원전주의적(originalist), 원문주의적(textualist) 해석만이 옳은 해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미국 내 200여 개 법대에 지부를 갖고 있으면서 이런 원칙에 충실한 법조인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이렇게 길러진 법률가만 미국 내에 7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더 중요한 건 현재 연방 대법관 아홉 명 중에서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출신, 혹은 멤버 무려 여섯 명이라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짐작했겠지만 그 여섯 명이 바로 최근 들어 보수적인 판결을 쏟아내고 있는 보수 대법관들이다. 공화당은 30년 넘게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출신 판사들만을 집중적으로 대법원에 밀어 넣었다.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 선거운동 중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법관으로 임명할 판사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라고 자랑했는데, 그 리스트는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출신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비밀도 아니었다. 언론에서는 대법원에 공석이 생기면 누가 후보로 지명될지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예측이 빗나가지도 않았다.
그럼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는 보수 기독교인들과 관련이 있을까? 흥미로운 질문이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두 집단이 공식적으로 함께 일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이 로 대 웨이드 무효화와 관련해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특정 대법관들이 독실한 신자인 것과 별개로) 우연한 협업에 가깝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둘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보수 기독교인들은 항상 성경의 "어느 책 몇 장, 몇 절에 나온 대로"라는 말을 좋아한다. 특히 즐겨 인용하는 구절이 마태복음 5장 18절에 나오는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라는 대목이다. 물론 성경을 조금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서로 상충하는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어쨌거나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건 성경에 있는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