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적 좋은 영업사원, 그리고 ‘학생을 속인 교사’였다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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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A 중학교 교무실에 들어서자 3학년 부장교사의 호통소리가 귀를 때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십니까! 당장 나가세요! 앞으로 그 학교에 학생 보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와 함께 해당 중학교를 찾은 선배 교사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어쩔 줄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도 선배를 따로 고개를 숙였다.

“학생을 데리고 간다고 했으면 책임을 져야죠! 이제 ○○공고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가세요, 가! 두 번 다시 오지 마세요!

교무실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우리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분노에 찬 부장교사의 거친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망부석처럼 한참을 서 있던 선배 교사는 허리를 숙여 교무실 바닥에 대고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초임 교사 시절에 겪은 이 모욕적인 일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사건은 우리 공고 진학을 지원한 A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불합격하면서 벌어졌다. 해당 중학생이 성적이 안 좋아 벌어진 일. 그럼에도 우리 학교의 고참 교사가 중학교로 달려가 머리를 조아린 일대 사건.

여기에는 많은 사람이 모르는, 어쩌면 교육당국이 감추고 싶어 하는 살벌한 특성화고교 입시 문제가 있다. 성적 하위 20% 학생을 ‘모시기’ 위한 교사들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은 해마다 11월에 벌어진다.
입시철이 되면 교사들은 영업사원이 돼 중학교를 찾아다녀야 했다 ⓒpixabay
이 시기에 중학교 3학년들은 진학할 고교를 선택한다. 성적순으로 소수의 학생이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목고,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같은 자율고와 영재고에 지원하고, 대다수의 학생은 일반고(인문계고) 진학을 결정한다. 에둘러 가지 말자. 절대 다수 한국 사람들이 ‘일반고’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대구의 ○○공업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학교 성적 80% 안쪽 아이들이 일반고에 진학하고 그 외 학생들이 공고 등 특성화고교에 들어온다.

대구에는 20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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