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 속으로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3/19
모자를 벗고 모직 자켓을 벗었습니다. 머플러를 풀고 양말까지 벗었습니다.
집에 돌아 왔냐구요?  아직은 아닙니다. 집에 가려고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비가 약간 흩뿌리긴 했지만 날이 푸근해 조금도 춥지 않은데 운전기사 님은 과잉 친절을 베풀어 히터를 넣어 주시네요. 공기가 너무 답답해 숨을 쉬기가 힘이 듭니다. 히터 좀 꺼주세요. 소리치고 싶지만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지라 저도 참기로 합니다.
다만, 벗을 수 있는 걸 최대한으로 벗어젖힙니다. 마침 옆자리에 아무도 앉질 않아  퍽 다행스럽습니다.

얼마 후 히터는 꺼졌지만 더운 온기는 여전히 머물러 공기가 몹시 혼탁합니다. 이럴 때도 역시 얼룩소로 이 상태를 이겨낼 수 있어 감사하네요.

남편과는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버스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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