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다, 선물하기 없던 때로

이소연
이소연 인증된 계정 ·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자
2023/12/30
이 글의 원문은 채널예스 CHANNEL YES 칼럼 [이소연의 소비냐 존재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생일 아침. 보글보글 끓던 엄마의 짭조름한 미역국 냄새 대신 까랑까랑한 모닝콜 소리가 어스름한 새벽 공기를 가른다. 눈을 채 뜨지도 않은 채 더듬더듬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확인한다. 12시 정각에 맞추어 축하 메시지를 보내온 몇몇 친구들의 이름이 보여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엄지를 몇 번 내려보지 않았는데 이내 끝나는 메시지. 에잇. 이런 게 뭐가 중요해, 이불을 박차고 나오지만 어쩐지 힘이 쭉 빠진다.

점심시간.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세요!’ 반가운 연락들에 마음이 풀어진다. 집에 뒹굴어 다니는 핸드크림이 많지만 아무렴 어떠랴, 이렇게 생일선물을 챙겨주는 게 고마운 거지. 택배를 받아볼 주소지를 기분 좋게 남기고 선물 후기도 미리 남긴다. 맛집 후기처럼 별점도 매길 수 있다.

며칠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탄 엘리베이터. 벌어지는 문틈 사이 어둠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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