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0
수학을 못해서 놀림 받았던 딸의 이야기
네가 잘 알다시피 딸은 수학을 싫어했어. 수학을 싫어하니 수학을 안 하고 안 하니 못해서 점수가 나빴지. 1학년 2학기 마지막 즈음에 첫 단원평가를 봤는데 60점이었나 70점이었나. 시무룩해져서 집으로 온 딸한테 괜찮다고 말하며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지만 수업 시간에는 알던 모르던 잘 앉아만 있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 수업태도는 교사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고 세금을 제대로 쓰는 방법 중 하나니까 중요하거든.
성적에 관계없이 수업태도는 늘 좋은 아이였고 나와 교사는 그 점을 크게 칭찬했지. 하지만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여러모로 아이를 힘들게 만들었어. 입학해서 숫자를 배우고 연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따라가기 힘들어했어. 13 빼기 8을 하려면 사탕 13개를 들고 와서 하나씩 까먹으며 8개를 없애야 이해하는 아이였지. 100 더하기 1은 110이라고 대답하면서 뭐가 문제인지 몰랐단다. 상황이 이러니 놀리는 아이들이 나왔어. 안경도 쓰는데 공부를 못 한다고. 오래 생각하고 말을 고르고 골라 거울을 보고 여러 번 연습한 다음 딸을 꼭 안고 말했어.
'그런 이야기를 듣고 많이 속상했겠다. 애들이 잘못했네. 뭘 못한다고 놀리는 건 나쁜 행동이야. 그런데도 친구를 때리거나 밀치지 않고 잘 참아줘서 엄마는 네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꼭 엄마나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줘. 말하기 힘들면 알림장이나 일기장에 써도 좋아. 하지만 빨리 이야기해야 어른들이 더 빨리 널 안아줄 수 있으니까. 너무 오래 숨겨두진 말아줘. 알았지?'
공부를 못한다고 놀렸으니 공부를 시켜서 놀린 아이들을 따라잡거나 이기는 방식은 내 교육관과 맞지 않았어.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느낀 감정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기 때문에 공부 결정권은 아이에게 맡겨두고 내 아이가 한 행동에 집중했어.
- 놀림 당한 사실을 이야기한 것
- 놀림을 당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이야기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