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행복하고, 결혼해서 괴롭다.

소은
소은 · 반갑습니다 :)
2022/03/30
결혼해서 행복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꾸려나가는 삶. 혼자 결정하고 혼자 나아가는 담백함은 없지만 좀 더 꽉 차고 든든해진 느낌이다. 서로를 조금 더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마음들이 집안 곳곳에서 발견될 때마다 그와 함께 하는 생활이 조화롭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고무장갑에 구멍이 나서 새로 사야겠다든지 밥통에 밥 냉동해서 넣어놨다는 말들이 우리 사이에 오가는 것이 괜스레 좋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강력하고 오래가는 내 편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해도 다양한 종류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살아갈 수 있다. 함께 교감하고 서로 응원하며, 위로받는 관계. 그 관계의 형태가 어떻든 상관은 없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서로의 가족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이처럼 강력하고 오래가는 내 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유야 무엇이든 나도 오랜 연인과 부부가 되었고 나와 평생 함께할 반려자가 생겼다는 것은 여러모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안정감을 가져다 주었다.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하는 피로감을 덜어준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나와 평생을 함께할 내 편. 이라는 것은 마음 한 켠에 '이 사람은 내 편이어야만 해. 이 사람은 나와 마음이 맞아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해. 아니,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해.'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부부 싸움을 하게 되면 이 생각이 더 강해진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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