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리스크 노 리턴', 이런 장사 누가 하겠습니까?

김대현
김대현 인증된 계정 · 정의당 청년정치인
2022/12/27
벽은 가로막고 길은 잇는다. 길이 이어지던 곳에 세워진 벽은 멈춰세운다. 사람과 상품은 막다른 길이 된 그곳에 강제로 묶인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도 그곳에 길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정치가 내 눈에 꼭 저렇다. 정치가 길을 잇는 데는 게으르고 벽을 세우는 데는 지나치게 성실하다. 어딜 봐도 편을 가르고 으르렁대며 싸우는 이들만 가득하고 서로 나아가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이들은 드물다. 이 지루한 교착 상태가 대선, 지방선거, 국정감사와 10.29와 내년도 예산 줄다리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대로 가는 것이 자신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두 거대양당은 일견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각자의 성벽을 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이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의 벽만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정확하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여집합이 없는 벤다이어그램. 민주당인지 국힘인지만 중요하고 그 외의 구분은 무의미해지는, 자신들만으로 정치세력 전체가 규정될 수 있는 세상이다. 사방을 벽으로 둘러칠 필요 없이 서로가 맞댄 하나의 벽만 두고 티격태격하면 되는 편리한 전투, 성벽이 있긴 한데 누가 성을 공격하려는 쪽이고 누가 지키는 쪽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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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서른셋, 정당인이자 사회과학 연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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