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고 말해보자면] 우리는 '돈'이 아닌 무엇으로 규범을 만들 것인가? - 글값논쟁 및 유튜브 표절 사건에 부쳐
2023/02/19
얼마 전에 한동안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글값 논쟁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유튜브에서의 표절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실질적으로 두 사건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짧게나마 글을 적어보려 한다. 이 문제의 근원에는 결국 한 사회 내에서 공동체 혹은 특정한 영역을 규율하는 어떠한 '규범 창출'의 기능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할 지점은 이 부분이 아닌가 한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1.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간의 상호관계에 관하여
한국은 1987년 이래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간의 병행발전에 기초하여 성장해왔다. 언뜻 보기에 서로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제도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론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예를 들어서 박정희를 평가하는데 있어 권위주의적인 통치가 경제성장에 유리했는지 혹은 불리했는지 아니면 아무런 관계가 없었는지 등의 문제는 근대화와 민주주의 간의 관계라는 주제로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논의되어 온 정치경제학적인 화두였다. 현행 중국 공산당의 지배는 적어도 경제성장 및 개발이 곧바로 민주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헛된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입장을 아예 무분별한 것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경제개발과 민주화의 인과관계론에 대한 입장은 대단히 다양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선호하는 프리드먼이나 하이에크 류의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이들의 이론은 대단히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경제적 선택의 확장이 정치적인 민주화로 반드시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어떻게 본다면 신념의 영역에 속할 수도 있는 주장이지만 전체주의적인 계획경제 체제가 아니라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경제적 선택이 보장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경제적 선택은 적어도 시장경제가 세계시장 등의 다양한 경제적 경로와 연결되어 제공된다...
@이종찬 하이에크의 글을 읽어보면 그가 국가의 "모든" 개입을 거부한 게 아니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랬더라면 '법치' 같은 것도 주장했을 필요가 없었겠지요. 요컨대 하이에크가 아무리 국가를 배제하려 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범죄자와 사기꾼 등이 설치는 것까지 모두 "자생적인 시장질서"라 용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것은 그의 자유론과도 연결됩니다. 하이에크의 주장의 핵심은 결국에는 개인의 결정권, 자율적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이 시장경제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지, 아예 시장에는 아무런 개입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제 해석입니다. 기본적으로 하이에크는 법률조차도 관습의 연장으로 보기 때문에 그것을 자생적 시장질서와 대립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입법부에서 막 제정할 수 있는 법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미제스정도 되면 그정도의 주장까지 나아갈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이에크는 아니라 생각되네요.
별개로 저는 이 글에서 하이에크의 관점을 연장하여 논의를 펼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의 모든 글에 동의하지 않으며 반감이 큽니다. 그의 관점에서 이렇다, 고 말할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하이에크 입장에서 글의 시그널이 글이 읽히지 않음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좀더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해가 안된다는 점을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글 자체가 어떠한 시그널을 준다고 보지 않습니다. 글이 지닌 다차원적인 맥락이 있기 때문이죠. 위의 글값 논쟁에서는 그래서 "값"이라는 장벽이 의도하는 바를 말했을 뿐입니다. 그것 자체도 다차원적인 맥락과 함의를 지니고 있기에 엇갈림이 얼룩소의 모순을 낳고 있다고 말하는 거고요. 아무튼 두 합리주의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른 곳에서 풀어낼 일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한동안 선생님 글을 거의 읽지 못하다가 요새 조금씩 밀린 글을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잠깐 말씀하셨던 하이에크 이야기를 이번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한가지, 하이에크라면 글의 '시그널'은 아마 '글이 읽히지 않음' 이 된다고 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생적'인 내부 규제는 별문제로 하고, 적어도 외부, 특히 국가의 규제는 필연적으로 시장왜곡을 야기해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환경을 만든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별개로, 말씀하신 두 합리주의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언젠가는 꼭 듣고 싶습니다. 여기도 좋고 네이버 프리미엄도 좋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성욱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