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그만하자

김민하
김민하 인증된 계정 · 정치병연구소장
2023/02/13
민주주의가 확대된 현대 사회에선 억울한 피해자를 시스템으로 구제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는 왜 인기인가? 이게 다 시대정신이 있는 거다. 그런데 그러한 시대정신에 올라탄 우리 정치는 어느새 스스로가 '피해자'인 걸 증명하면 짱먹는 게임으로 거듭났다. 내가 혹은 우리 세력이 이러저러한 피해를 보고 있다거나 혹은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걸 막자 혹은 바로잡자고 말하는 게 정치 논리의 전부가 된 세상이다. 이런 상황은 역으로 각 정치 세력이 다수파를 점하는 것 외에 실제 뭘 해보고자 하는 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의 글에서 언급한 김기현씨의 '탄핵론'을 보자. 김기현씨의 '탄핵론'은 그 의도와 계산과 여러가지 뭔가가 어쨌든 간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거대야당이 원내 다수파여도 아무런 잘못도 없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은 판사 출신인 김기현씨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주장 왜 하나? '억울한 피해자'를 자처하기 위한 여러 수사 중 하나인 것이다.

앞서 소개한 글에서 추론한 바, 나는 이러한 인식이 김기현씨 본인만에 의한 걸로 보지 않는다. 최근 나경원 이지메 사태나 안철수 종북 사건을 보면 대통령이 이 엇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윤심 후보'의 입에서 이런 주장은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본인이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하지 않는 한 탄핵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은 법률가 출신이며 박근혜-최순실 사건을 수사한 장본인인 대통령이 가장 잘 안다. 그런데도 '우리 편'이 이런 주장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나는 피해자입니다' 혹은 '피해자가 될 것 입니다', '지켜주세요!'를 말하고 싶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전 정권에 의한 피해자'라는 인식 하나로 승부해 대통령이 됐다. 무슨 자유민주주의니 이런 저런 개념과 주장을 내세웠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건 이 주장을 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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