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어딘가에 음들이 머무는 자리
2022/01/24
마치 음들이 차곡히 쌓아올려진 레이어 위에 있는 것 같다. 가장 무거운 저음이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가장 가벼운 고음이 표면 위에서 찰랑거린다. 중간에 있는 음들은 서로 다투며 레이어 사이를 뚫고 나가려 한다. 불투명한 셀로판필름 겹겹이 촘촘한 패스츄리같은 공간. 그 사이로 음들이 공기를 밀어내며 진동하고 있겠구나. 시간이라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겠구나.
우리는 저마다의 동굴을 가지고 있다. 달팽이관 어딘가에 음들이 머무는 자리, 그 안에 새겨진 기억을 쫓아 음들이 부수어진다.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공기의 입자들이 귓속을 파고든다. 이명에 시달리다 한껏 찡그린다.
인간의 몸은 원자의 집합이기에 죽음 역시 원자의 해체에 다르지 않다. 반복적인 탄생과 죽음의 굴레 앞에서 인간의 유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