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종합대책이라는 섞어찌개

정찬용
정찬용 인증된 계정 · 영어를 잘하게 만드는 사람
2023/05/05
학폭 종합대책이라는 섞어찌개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이 진정성 없이 일한다는 오랜 의구심은 언제나 때가 되면 그들 스스로 제시하는 증거에 의해 확인된다.
일단 명칭부터 확정적이니 소위 '종합대책'이라는 물건이 그것이다.

정순신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의 아들 사태로 촉발된 이 문제는 그렇게 종합적으로 뚝딱 처리할 수 없는 종류다. 종합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각각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도 시원찮을 일인데 그들은 그저 늘 해오던 무진정성의 관행대로 번호 붙이고 그럴듯한 레토릭 달아서 윗사람 재촉하기 전에 뚝딱 그래픽 만들어 발표한 형상이다. 아마도 저 그래픽 디자인 확정에는 매우 진정성있는 검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하나씩 더 들어가서 그들의 어이없는 사고의 흐름을 살펴보자.

1. 학교폭력 엄정대처;
학폭 사태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문제는 만만한 건이 아니다. 기록 보존 기간 연장이니 수시, 정시에 반영이니 하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라는 거다. 일단 가해의 종류에 대한 분류부터 세심하게 정의를 내려야 하고, 그 다음엔 각 종류에 따른 합당한 처벌 선정도 숙고를 요하는 문제다. 그러니까 이 건 하나에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합당한 처벌이 가해지고 있느냐라는 상식적인 질문에 대다수가 수긍하는 결과를 갖기 위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런데 볼드체로 강력하게 박아놓은 '학교폭력 엄정대처' 워딩 바로 아래 작은 글씨로 씌여져 있는 문구를 보라. '학교폭력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인식 확립'이라는 목표 설정을 했다는 거다. 그들의 학폭에 대한 인식이 참으로 안일하다는 선명한 방증이다. 가해자들이 그런 걸 몰라서 학폭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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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사실은 넌 영어 바보가 아니야',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등의 저자. 지금도 강남역 인근에서 영어 성공자들 꾸준히 배출 중인 영어 잘하게 만드는 분야 고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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