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에서 전기모기채까지 - 인간과 해충 사이의 전쟁(3)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5/22
전기모기채(픽스트랩)

살충제에서 전기모기채까지 

이 전쟁은 종족전쟁이다. 인간 집단이 해충 집단을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밀어내느냐, 밀리지 않느냐의 문제다. 인간에게 해충은 자신의 사적 공간을 무단 점거한 무례한 침입자이다. 이러한 해충이 박멸, 완전한 퇴출이 불가능한 채로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방제법은 종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다. 종합적 방제(Integrated Pest Management)는 가장 효과적이고 선진화된 현대 모기방제의 최선책으로 꼽힌다.

이 방제법은 그야말로 모든 방제를 총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1] 이를테면 살충제를 뿌리면서 모기향도 쓰고, 벌레등도 켜고, 정화조에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도 풀고, 물웅덩이는 없애고, 실내 온도를 낮추고, 몸에는 기피제를 바르는 식이다. 이 모든 활동은 모기를 ‘잡는’ 것보다는 ‘내쫓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2] 살충제와 트랩들은 인간들에게 일종의 영역표시이다. 주기적으로 살충제를 바르고 뿌리면서 유지시키고 해충들은 인간들의 영역표시를 피하기도, 적응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한때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불임 수컷 모기, 유충에서 성장이 억제되는 모기 등을 방생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과감하고 현대적 과학 기술을 시도할 때마다 이면의 ‘불확실성’이라는 그림자에 발목잡힌다. 초과물로 존재하는 생태계에서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그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인간 중심의 역사는 축소하고 더 거대한 역사에 포섭된다. 그간 자연은 언제나 대상(object)으로만 존재했다. 과학자들에게는 밝혀져야하는 비밀, 자본주의자들에게는 원재료, 생태주의자들에게는 상처입은 어머니이다.

그러나 헤러웨이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고 자연을 일종의 구조, 구성물로 인식했다. 자연 속의 액터(actor)들의 상호작용으로 구축된 자연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결과물이자 ‘실뜨기’ 플레이어이다. 과학과 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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