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2023: 9.02] 슈퍼블루문이 비춘 도서관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3/09/02
슈퍼블루문. 다시 보려면 14년 이후.

2018년. 마침 도서관이었다. 2층 문학실을 나오면 홀에 신문들이 전시돼 있는데 슈퍼블루문 관련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세상이 언어로 이뤄져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현실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만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낮아지는 동시에 높아진다. 수준 높은 세상이 구축되는 동시에 그것을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질 낮은 찌거기들이 세상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다고는 하지만 지금보다 더 질 낮은 음식을 먹은 때가 또 있었을까? 물론, 그 대극 지점엔 미슐랭으로부터 별 세 개를 받는 식당이 있다. 코카콜라, 방부제로 범벅이 된 음식, 항생제 먹은 돼지, 채 닭이 되기 전에 도살된 닭들이 식탁을 점령한 가운데 이베리코와 1등급 한우, 토종 오골계 등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언어는 음악과 영상과 다르게 오해의 여지가 클 수밖에 없고, 그 여지는 어떻게 서든지 채워지기 마련이다. 중력에 밀려난 잡동사니들이 그 여지를 채우게 되니까. 언어의 한계 탓에 오해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오해 그 자체가 겨냥되기도 한다. 오해된 세상은 오해들로 공고해지며 무너지기도 한다. 시장의 작동 원리와 무척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은 동시에 인간의 마음이 쌓은 세상이란 이미지가 그려졌다.

달보다 더 휘황찬란한 현상으로 가득한 대도시에 사는 우리가, 달에 인형이라도 숨겨두지 않았다면 슈퍼문이 우리에게 더 특별해 보일 리 없다. 심지어 요즘은 대도시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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