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영
윤신영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4/08/07
게티이미지뱅크

장재연 아주대 명예교수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이 극한 기상 현상 보도 시 데이터 확인 없이 ‘역대급’ 표현을 무절제하게 사용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올해 7,8월 최고 기온이 실제로는 역대급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매일 기후 데이터 보는 입장에서 역시 매우 공감한다. 그런데 습도도 같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강양구 TBS 기자의 의견이 있어서 1908년 이후 기상청 서울 관측 데이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 교수 지적이 맞다. 습도까지 고려해도 올해 폭염은 아직까진 그렇게 역대급 폭염은 아니다. 주로 상대적으로 덜 더웠던 7월 때문이다.

다만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하나는 폭염 중에서도 습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습윤 폭염'이 올 8월 초 심각한 건 사실이며, 만약 이 상태가 8월 내내 지속되면 위험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2018년 폭염이 극단적인 폭염으로 자주 언급되는데, 만약 올해 폭염이 심해진다면 2018년과 서로 비교할 만한, 또 다른 유형의 폭염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2018년은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매우 높은 온도가 폭염을 이끌었다. 하지만 2020년 이후로는 습도까지 높아지고 있어 폭염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참고로 기온이 높은 상태에서 습도까지 높은 습윤 폭염은 한국 여름 폭염의 주요 형태이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건조한 상태에서의 폭염보다 더 크다. 자세한 내용은 위 하경자 IBS·부산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1. 온도

서울의 7월 1일~8월 6일 일 최고 기온(TMAX) 평균 추세다. 이 기간의 올해 최고 기온은 역대 30위 수준이다. 데이터 KMA 그래픽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올해 8월이 역대 최고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평균 기온 기준 117년 중 최상위에는 든다. 같은 날을 비교하기 위해 1~6일만 비교하면 2018년은 최고 기온 평균과 평균 기온 평균 모두 역대 1위고 올해는 각각 13위와 3위다. 최고 기온 기준으로는 최상위권이 아니지만, 그래도 날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뜨겁다.

7월도 마찬가지다. 7월 서울 평균 기온은 역대 10위, 최고 기온은 42위였다. 8월 초와 비슷하게, 최고 기온은 높지 않지만, 일 평균 기온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7월 1일~8월 6일 최고 기온 평균은 올해가 30위다(위 그래프).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최고 기온 기준으로는 아주 덥지는 않다.

 

2. 상대 습도

재밌는 건 습도다. 매년 7월 1일~8월 6일까지 서울의 상대 습도 평균은 20세기 전반부에 높았지만, 1970년대 이후로는 갈수록 떨어졌다. 그러다 2020년 이후 갑자기 반전이 찾아왔다(아래 그래프). 다시 상당히 습해지고 있다. 한창 습도가 높던 20세기 중반만큼은 아니지만, 꽤 습해졌다.
서울의 7월 1일~8월 6일 일 상대 습도 평균 추세다. 상대 습도 평균은 20세기 전반부에 높았지만, 1970년대 이후로는 갈수록 떨어졌다. 그러다 2020년 이후 갑자기 증가세로 돌아섰다. 데이터 KMA 그래픽 윤신영 alookso 에디터


하지만 관심사가 상대 습도 자체는 아니다. 폭염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느냐다. 올해가 다른 해에 비해 더 그런지, 특히 극단적으로 습한 습윤 폭염도 많은지 경향을 봐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폭염일을 계산했다. 먼저 일 최고 체감온도를 계산한 뒤 폭염일 기준인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날을 연도 별로 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7월~8월 초(~6일) 중 폭염일 수를 비교해보면, 20세기 중반 이후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2010년대 이후 갑자기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아래 그래프).
서울의 7월 1일~8월 6일 가운데 폭염이 나타난 날 수다. 20세기 중반 이후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2010년대 이후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KMA 그래픽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이 기간 폭염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39년과 1994년(27일)이었고, 그 뒤를 1943년과 1973년, 그리고 2018년(26일)이 잇고 있다. 2018년은 비록 대단히 건조한 해였지만, 온도가 아주 높아 폭염일수도 역대 순위에 들었다.

올해는? 8월만 보면 어제까지 6일이 모두 폭염이었지만, 7월이 서늘해서 폭염이 적었다. 7월 1일~8월 6일까지 15일에 불과하다. 117년 중 같은 기간 역대 35위다. 올해는, 적어도 7월 때문에 아직까지는 폭염이 그렇게 인상적으로 많은 해는 아니다.

8월이 아직 시작에 불과하므로 지켜봐야 하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좀 애매하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습한 폭염을 추가로 확인해봐야 한다.

 

3. 습윤 폭염

폭염의 기반이 되는 체감온도에는 이미 습도가 고려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습도가 매우 높은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습도가 매우 높은 습윤 폭염에 해당하는 상대습도(66% 이상)와 그보다 낮은 습도를 적용해 각각 경향을 살펴봤다. 습윤 폭염 정의와 조건 출처는 아래 따로 적었다.

먼저, 폭염 상관없이 7월~8월 6일 사이에 습도가 66% 이상인 날 수는 1970년경까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후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아래). 그 정점이 2018년으로, 극단적으로 습한 날이 최고(37일)의 절반 수준인 19일에 불과했다. 역대 가장 적은 수다. 이 수치는 2020년 이후 급등해, 올해는 35일로 올라온 상태다.
서울의 7월 1일~8월 6일 가운데 습도가 매우 높은(상대 습도 66% 이상) 날과 그 이하인 날을 나눠서 살펴봤다. 습도가 높은 날은 1980년대 이후 줄어들고 낮은 날은 늘어났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데이터 KMA 그래픽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습윤한 날에 폭염 조건(체감온도 33도 이상)까지 더한 습윤 폭염 일수은 조금 다르다(아래). 1940년대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2000년대 들어 증가하는 경향으로 돌아섰다. 이 수치가 가장 높았던 해는 1973년(26일)과 1942년(25일), 1946년(23일), 1929, 1994년(22일)이었고, 2023년이 20일로 뒤를 이었다.
서울의 7월 1일~8월 6일 폭염일을 습도가 매우 높은(상대 습도 66% 이상) 날과 그 이하인 날을 나눠서 살펴봤다. 1에 해당하는 조건이 습윤 폭염일에 해당한다. 습윤 폭염일은 1940년대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2000년대 들어 증가하는 경향으로 돌아섰다. 데이터 KMA 그래픽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올해는? 14일로 29번째다. 역시 상위권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올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 주의할 게 있다. 올해는 8월 1~6일까지, 8월 초 모든 날이 습윤 폭염 조건을 만족한다. 이런 해는 역대 네 번밖에 없었다. 만약 이 추세가 길게 이어져 8월 중 상당수 날이 습윤 폭염을 겪는다면, 그 영향은 예측하기 힘들다.
또, 전반적으로 2020년 이후 습한 상태가 되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폭염은 2018년과 달리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은 폭염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의 (상대적으로) 건조한 폭염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다.

 

결론은… 

  1. 올해 7월~8월 초의 경우, 일 최고 기온은 역대급은 아니지만 일 평균 기온이 상당히 높다. 전반적으로 더운 날은 맞다.
  2. 폭염은 일 최고 기온과 습도의 영향을 받는 체감온도로 정의한다. 2018년은 습도가 낮은 해였는데 기온이 매우 높아 폭염도 많았다.
  3. 올해는 최고 기온이 그리 높지 않은 해임에도, 2020년 이후 상대 습도가 꽤 높아진 상황이라 폭염 일수가 제법 된다. 다만 7월이 서늘해서, 7월 1일~8월 6일 기록으로는 117년 중 35위 정도에 불과하다. 
  4. 건강 위험이 큰 습윤 폭염도 비슷하다. 117년 중 29위로 크게 인상적이진 않다.
  5. 다만 아직 8월 초인데, 이 기간 내내 습윤 폭염이 찾아왔다. 이건 그렇게 흔치 않은 일이다. 8월의 나머지 날까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는 만큼, 잘 살펴봐야 한다.
  6. 습도는 확실히 최근 갑자기 높아졌다. 폭염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자상을 수상한 과학전문기자입니다. 과학잡지·일간지의 과학담당과 편집장을 거쳤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인류의 기원(공저)' 등을 썼고 '스마트 브레비티' '화석맨' '왜 맛있을까' '사소한 것들의 과학' '빌트'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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