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자의 경고 “유럽보다 약한 폭염? 더 위험한 '습한 폭염' 주의해야”
2024/07/31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고 있다. 야외 종목에 참여하는 선수는 물론, 대회 참여를 위해 이동하는 선수와 관람객의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파리만이 아니다. 최근 매 여름마다 극단적 열파(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은 올해도 연일 전역에서 폭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파브라 기상 관측소에서는 7월 30일 낮 최고 기온 40도를 기록했다. 1913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1년만에 처음이다. 그리스는 같은 달 18일 이미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면서 아크로폴리스 등 유명 관광지를 한낮에 폐쇄하는 등 주민과 관광객 보호 조치에 들어갔다.
한국도 본격적인 폭염 시즌에 돌입했다. 기상청은 올해 전국 장마가 지난 27일 비를 마지막으로 종료됐다고 30일 밝혔다. 경상권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35도 이상의 폭염이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상했다.
언뜻 35도라는 온도는 유럽에 비해 낮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습도다. 한반도의 폭염은 8월 장마 시즌 뒤의 습한 대기 상태와 맞물려 대단히 특이한 폭염 상태를 유발한다. ‘습윤 폭염(열파)’이라고 한다. 문제는 습윤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습도가 낮은 폭염(건조 폭염)에 비해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하경자 부산대 및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교수(전 한국기상학회장)은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습윤 폭염 실태를 파악하고, 건조한 폭염과 비교할 때 열 스트레스가 얼마나 높은가를 연구해 왔다. 하 교수에게 습윤 폭염의 정체와 위험성, 대책에 대해 들었다.
Q 습윤 폭염이란 무엇인가?
폭염이 나타날 때 상대습도가 높은(66% 이상) 경우에 습윤 폭염이다. 낮은 물론 밤에도 찌는 듯하고 습한 상태가 특징이다. 반대로 상대습도가 낮은(33%) 경우에는 건조 폭염이라고 한다. 안정적인 대기 조건과 맑은 하늘, 강한 태양열이 특징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도 두 폭염을 구분하고 있다.
Q. 그 동안 습윤 폭염이란 말을 별로 못 들은 것 같다.
일상에서 폭염을 구분해서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한국에서는 폭염이 심한 8월은 늘 덥고 습했기에 폭염은 다 그런 줄 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매우 뜨겁지만 대신 건조한, 전혀 다른 유형의 폭염도 많다. 학계에서 건조 폭염과 습윤 폭염을 비교하는 연구가 별로 없던 것도 습윤 폭염을 낯설게 느끼게 하는 원인이다. 2022년 우리 연구팀이 동아시아 폭염의 발생 메커니즘과 특성을 밝힌 논문이 두 폭염의 특성을 자세히 분석한 거의 첫 연구 결과다.
Q. 여름이란 어디서나 덥고 습한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 않다니 놀랍다.
연구에서 1958~2019년까지의 동아시아 각 지역의 폭염을 습도를 기준으로 건조와 습윤 폭염으로 분류했다. 어느 지역이든 건조 폭염과 습윤 폭염이 모두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우세한 폭염이 달랐다. 건조 폭염은 낮은 식생이 있는 비교적 건조한 지역과 가까운 동아시아 북서부에서 더 우세했다. 이곳은 68%가 건조 폭염이었다.
반면 동아시아 남부와 해양 부근은 습윤 폭염이 79%로 훨씬 우세했다. 한반도도 이런 지역에 속한다.
Q. 습도가 높으면 왜 더 문제일까?
기후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기후를 보면, 습도는 폭염의 규모와 최고 기온을 크게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습도가 높으면 폭염이 심해지는 것이다. 야간에 수증기가 지표면의 열을 더 가둔다는 연구도 있다. 이 역시 폭염을 증폭시켜 열대야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기온에 따른 건강 위험을 수치화한 지수를 ‘열 스트레스 지수(HI)'라고 한다. ‘안전’, ‘주의’, ‘극도의 주의’, ‘위험’ 4단계로 구성된다. 이 지수를 건조 폭염과 습윤 폭염을 겪는 지역에 대입해 보면, 건조 폭염은 2단계인 주의 정도로 평가되는데, 동아시아 남부에서는 이 수치가 3~4단계인 ‘극도의 주의’와 ‘위험’까지 올라간다. 이런 상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가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 하에 있을 때다.
Q.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많을 것 같다.
온도가 높아지면 작업 근로자의 부상이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었다. 호주의 젊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일 최저 기온이 1도 높아질 때마다 부상 위험이 1% 높아졌고, 최고 기온이 1도 높아질 때엔 부상 위험이 0.8%씩 증가했다. 중국 도시의 기온 상승과 열 관련 사망률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1986~2005년 100만 명 당 32명 수준이던 사망률이 1.5도 상승에서는 100만 명 당 49~67명으로, 2도 상승에서는 59~81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도시 인구를 8만 3000명이라고 봤을 때 각각 최대 5만 5000명과 6만 8000명이 한 해에 사망하는 수준이다.
이는 재산 피해로도 이어진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열 스트레스와 관련된 재정 손실이 2030년까지 2조 4000억 달러(3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Q. 기후변화와 습윤 폭염도 관련이 있을까
물론이다. 습윤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다에서 유입되는 습한 공기다. 또 침강기류가 발달하면 수증기가 지표면의 열을 가둬 습윤 폭염을 강화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대기가 따뜻해지면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이 지역의 습윤 폭염은 더욱 늘어나고 강해질 것이다.
실제로 우리 연구팀이 기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모델링 연구를 한 결과, 기후변화는 건조 폭염의 강도와 함께 습윤 폭염의 빈도를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동아시아 남부의 습윤 폭염은 21세기 말 최대 122일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해의 3분의 1이 위험한 습윤 폭염에 고통받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결과는 폭염의 시기가 빨라져서 4월부터 9월 말까지 폭염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봄에 자라는 식생이나 농산물에도 영향이 클것이다. 한반도도 10년에 이틀 꼴로 습윤 폭염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Q. 그럼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추면 폭염일수도 줄어든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공통사회경로(SSP)5-8.5) 대신 덜 배출하는 시나리오(SSP2-4.5)로 모델링을 해보니, 습윤 폭염 일수가 73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의 규모를 줄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중국 도시를 대상으로 했던 위 연구에서, 기온 상승 폭에 따라 100만 명 당 사망률이 크게 달라진다고 했다. 2도 상승 대신 1.5도 상승으로 줄이면, 중국 내 도시 거주자 2만 79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0.1도라도 상승을 낮추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윤신영 감사합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AI는 기후 분야에서도 다각도로 연구 중입니다. 말씀처럼 전력 소비를 통해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역할이 분명 있을텐데요. 반대로 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 기후 관련해서는 가속화와 감속화 사이에서 결과를 낼 것 같습니다. 그 부분도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AI의 발전는 전력 소모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AI시대가 기후 재난을 가속화시키지는 않을지, 그리고 이러한 AI시대 도래로 인한 기후 재난 가속화를 막기 위한 방안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AI는 기후 분야에서도 다각도로 연구 중입니다. 말씀처럼 전력 소비를 통해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역할이 분명 있을텐데요. 반대로 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 기후 관련해서는 가속화와 감속화 사이에서 결과를 낼 것 같습니다. 그 부분도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AI의 발전는 전력 소모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AI시대가 기후 재난을 가속화시키지는 않을지, 그리고 이러한 AI시대 도래로 인한 기후 재난 가속화를 막기 위한 방안은 없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