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허락할 권리가 있는가? ‘그렇다’는 당신이 강자입니다

JJW
JJW · 얼룩소를 떠났습니다
2021/11/28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의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얼룩소의 토픽 제목 중 하나인 ‘같은 성별끼리 결혼해도 될까요?’는 참 불편한 문장이었습니다. 물론 이 제목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이 제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보니 역시 이 얘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존재와 삶의 방식을 허용할 자격이 있습니까?’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주권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이 말은 어쩌면 근대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성경과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권을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밀의 이 말에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죠.

문제는 누군가가 이 전제를 ‘악용’한다는 점입니다. ‘성소수자를 위한답시고 다수의 자유가 침해당한다’는 혐오세력의 억지 주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도대체 어떤 자유가 침해당한다는 말일까요? ‘동성애는 죄악이다’, ‘동성애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다’ 라는 말을 할 자유를 말하는 걸까요? 그러면 애초에 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 ‘죄악’, ‘질병’이라는 단어로 규정할 자유는 누구에게 있었던 것일까요. 그럴 자유가 없었다면 그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하지 말아야 할 언동이 되겠지요.
인천 퀴어퍼레이드를 가로막은 혐오세력들의 모습. 타인의 삶의 양식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손가락질을 하며 ‘사랑’을 운운한다. 커먼센스와 맞지 않는 사랑의 방식이지만, 우리는 그런 사랑도 ‘표현의 자유’라고 존중한다. 물론, 그 표현의 자유로 누군가는 오늘도 위협을 느끼지만. 영화 ‘너에게 가는 길’ 스틸컷

이 중에서 가장 제한되어야 할 자유는 ‘질병’의 규정입니다. 의사가 귄위를 가진 이유는 그의 진단이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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